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장남의  역할

제5장  (가족소설 )


상훌네의 장남이 서울에서 내려오는 날이었다.  그때마다 상흘의 집에는  진기한  살림살이가 한 가지씩 늘어났다.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포터블 축음기 그리고 진공관 티비 등 바로 이런 것 들이다.

상훌에게는 그러한 새로운 물건들이  집안에 들어올 때마다 당연히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어린 마음에 마냥  즐거울 뿐이었다.


 상훌의 형님은 유년기에  가기 싫은 중등진학을 부모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가더니 결국 학업에는 뜻이 없었다. 반면에 객지, 서울생활을 시작하여 물정에는 일찍 눈을 뜨게 된다.

그는 십 대 때부터 건장한 체격과 장남으로 몸에 밴 조숙함이 있어 객지생활에 일조했을 것이다.,


 그의 어린 시절만큼은 어렵지 않은 집안상태에서 지냈다

 그의 집은 종갓집으로 다소의 임야, 전답 등 상속재산이 있었고  더구나 그는 장손으로 자랐다.

  또한 상훌의 집안에 닥쳐올 두 차래의  경제적 위기가 있었지만  장남인 상둔에게는 청소년기 이후에 겪을 일이었다.


어느 날 상훌의 형님이 서울에서 또 내려왔다. 툇마루에 비스듬히 걸쳐놓은 길쭉하고 묵직한 물건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그 포장을 형님은 위아래로 번갈아 훑어보며  조심스레 풀기 시작했다.

길쭉한 모양새가 상훌에게 호기심을 잔뜩 자아냈다. 누런 회포대 종이에 둘둘 말려있고  질긴 나일론 끈에 몇 곳이 단단히  묶여 있었다.


무뚝뚝한 성격답게 상훌의 형님은 잎을 꾹 다문채 포장만 조심스레 개봉하는 중이었다.

결국 드러난 물건의 실체는 사냥용 장총이었다.

'총구 끝에 공기를 압축하는 작은 타원형 철편이 붙어있고 기다란 총열의 쇠뭉치가 있는  공기총을 말한다.' 참으로 상훌의 어린 눈 앞에 놓인 그것은 아주  회귀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날부터 상둔은 집에서 머무는 동안 그의 막역한 고향 친구들과 산과 들을 누볐다. 산등성이와 골짜기를 오르내리며 산비둘기와 꿩사냥에  춘삼월  온 하루룰  다 보내곤 하였다.

산탄으로 참새, 콩새를 잡았고

외탄으로 꿩, 산비 들기, 산까치와 하루는 바위에 올라선 멧토끼까지 사냥해 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그는 다시 홀연히 서울로 올라갔다.


아마도 형님의 어떤 친구에게 총을 맡겼는지, 또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를  상훌은 알수 없었지만 장총을  누군가에게 넘겨준 것 은 분명했다. 상훌은 집안 어디를  찾아봐도 그 회귀한 물건은 다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상훌은 아직 초등입학 전이었다. 동네 또래들과 노는 것이 일상이었던   짧지만 순수한 시절을 보내는 시기였다.

주로 어린상훌은 저 아랫집 동갑내기 친구와 그 옆 외딴집 형아와 냇가에서 마냥 놀았다. 모래성 쌓기와  또는 고무신 뱃노리를 하다가 시들해지면 까만 고무신을 털어  말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때로는 누님의 이웃집 마실에 따라가거나  누님친구들이 집에 나들이 오면 다소 지루하지 않게 하루를 보냈다.


그전에 형님이 집에 있을 때는 며칠이 멀다 하고 재너머 들판 농수로에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 상훌은 형님 뒤를 항상 양동이를 들고 따라나섰다.


한두 시간 수로의 작은 둠벙들을 형님이 족대로 훑으면 작은 양동이에 은빛송사리, 붕어와 미꾸라지 등이 그득 찼다.

가끔은 메기가 잡히거나 가물치가 걸려들어 기분 좋은 날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후에는 농수로의 농약오염과  일상의 변화가 빠르게 찾아왔다.

이제는 상훌도 형님을 따라다니며 고기잡이하던 때를

추억 속으로 박제시켜야만 했다.

후 장남 상둔은 서울에서  좋은 기회를 잡아 사업으로 크게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

제6장 ᆢ

작가의 이전글 여름 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