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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셋넷 Jun 13. 2022

부부싸움은 부부간의 싸움이 아니다.

부부치료를 할 때 알아야 할 간단하지만 중요한 몇 가지 개념들



이혼은 치료의 대상이 아니다

부부 사이의 잦은 갈등으로 진료실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치료에 앞서 나는 그들에게 정말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싶은지, 이혼을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물어본다. 부부치료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두 사람이 모두 이혼을 원치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혼은 치료의 대상이 아니며 단지 개인의 선택이다. 둘 중 하나라도 이혼을 원한다면 치료는 성립되지 않으며 이들에겐 오직 행정 절차와 법적 다툼이 남아있을 뿐이다. 여전히 치료를 원한다면 치료의 목표는 부부관계 강화에서 이혼의 상실감을 다루는 것으로 변화한다.


그러니 부부관계로 어려워하는 사람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자. ‘나는 부부관계를 지속할 의지가 있는가’ 여기에 그렇다는 답을 하지 못한다면 이혼이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지속하고 싶다는 답이 나온다면 전념을 다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이런 질문에 진지하게 가슴에 손을 얹으며 답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방식으로는 부부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진짜 승자인가

일단 부부관계를 유지하기로 결심했다면 부부싸움은 부부간의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는 다툴 때 내 잘못은 숨긴 채 상대방의 과오를 부풀리며 잘못한 목록을 나열한다. 남편 혹은 아내의 약점을 공략하며 상처 입히고 나에게 굴복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부부간의 분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부부의 세계는 점점 더 무너져갈 뿐이며 그 속의 나는 고통받는다.


이렇듯 부부싸움의 결과는 모두의 패배이다. 싸움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인데 사과를 한 남편, 아내뿐 아니라 사과를 받은 나 역시 패자가 된다. 그렇다면 승자는 어디에 있는가? 이 싸움에서 나를 패배시킨 상대방은 어디에 있는가?


여기서 잠시, 우리는 부부관계의 구성원을 살펴야 한다. 흔히들 부부를 생각할 때 남편과 아내 둘 만을 생각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제3의 존재,  부부 사이의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존재한다. 상대방일 어떤 행동을 할 때 반응하는 말, 표정, 감정 같은 것 들은 부부를 특유의 방식으로 이어주는데, 이 또한 부부관계의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즉  부부는 남편, 아내, 상호작용 이렇게 세 가지 요소로 존재한다. 이런 개념을 이해한다면 부부싸움의 결과 왜 남편과 아내가 모두 패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남편, 아내는 사실 나의 적이 아니었으며 서로가 상호작용하는 방식, 좀 더 쉬운 표현으로 ‘부정적인 대화 방식’이 부부싸움에서의 진정한 적이었던 것이다. 부부는 서로가 아닌 ‘부정적 상호작용’이라는 적과 싸웠고 번번이 패배했으며 부부싸움의 승자는 언제나 부정적 상호작용 그 자체였다.  


부-부 싸움, 혹은 부부-싸움

말하자면 부-부 싸움이 아니라 부부-싸움이다. 부부는 싸움, 더 정확히는 부부가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대립한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는 반드시 부정적인 대화방식에 빠져든다. 이러한 대화방식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존재하는데,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나쁜 사람 찾기’, 한 사람이 공격하고 다른 사람은 위축되는 ‘항의하기’, 두 사람 모두가 위축되는 ‘냉담하기 또는 회피하기’가 대표적이다.  부부치료에서는 이러한 양상을 파악하고 부부가 같이 부정적 대화방식을 수정, 퇴치하도록 돕는다. 이제야 진짜 의미의 부부싸움이 시작된다. 부부가 한 팀이 되어 부부의 적, ‘부정적 상호작용’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


좋지 않은 부부관계에서 상대방을 이기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언제나 나는 사과를 받고 싶고 상대방이 잘못을 인정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이기려 하기 전에 과연 남편, 아내가 진짜 나의 적이었는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싸움의 승리는 진짜 적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며 어쩌면 나는 잘못된 적과 싸우고 있은 것 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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