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자동차 디자인'이란, 단순히 멋지기만 해서는 안될것입니다. 훌륭한 자동차 디자인이 되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다른 제조사에서 볼 수 없는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과 브랜드 헤리티지가 반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은 공신력 있는 글로벌 디자인 상들을 수상하며 디자인 역량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오닉 5의 디자인은 점차 눈이 높아지는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습니다. 일부 고객들은 "콘셉트카와 비슷한 디자인이다. 정말 만족스럽다."라며 만족스러움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이처럼 미래지향적이며 현대자동차의 헤리티지까지 고스란히 녹아있는 디자인은, 오늘날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언어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센슈어스 스포티니스'와 '파라메트릭 디자인'이 있습니다.
오늘은 파라메트릭 쥬얼과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 그리고 아이오닉 5에 적용된 파라메트릭 픽셀까지 다양한 변주가 이뤄지고 있는 현대의 디자인 언어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정립한 첫 모델은 2018년 공개된 르 필 루즈입니다. 프랑스어 관용어에서 따온 이 이름은 영어로 ‘Common Thread’, 공통된 맥락이란 뜻입니다. 공통된 맥락이란 이름은 현대자동차의 미래 차종들에 적용될 공통된 맥락의 디자인 언어란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르 필 루즈에서 볼륨과 실루엣을 보면 센슈어스 스포티니스가 지향하는 우아함과 비율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릴이 있던 자리에 위치한 독특한 패턴이 특징적입니다. 파라메트릭 쥬얼이라 불리는 기하학적인 도형의 집합이 주는 미래적인 아름다움이 표현됐습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원래 건축과 공학 쪽에서 사용되던 디자인이자 개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작업과 공정이 디지털화 된 현재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규칙성과 변수에 따라 반복되는 패턴이 하나의 기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굉장히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자동차에 적용하면서 독창적인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정립시킨 것이 현대자동차입니다.
르 필 루즈 다음으로 나온 그랜드마스터 콘셉트도 파라메트릭 디자인으로 강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질적이란 말도 나왔지만 디자인에 있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퇴보와 같습니다.
이런 큰 변화 덕분에 그랜드마스터의 양산 모델인 팰리세이드는 그간 현대차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조형을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디자인 언어가 정해지면 이후 다양한 모델들이 계속 나오면서 해당 디자인 언어를 기반으로 나오는 디자인들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랜드마스터 다음으로 나온 'Vision T'는 현재 거리에 돌아다니는 투싼의 콘셉트였습니다.
기하학적인 도형의 반복이었던 파라메트릭 쥬얼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전체적인 자동차 바디의 볼륨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새로운 변주로 태어난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는 기하학적이고 날카로운 도형의 매력을 SUV의 오프로드적 성격과 잘 맞물리면서 센슈어스 스포티니스와 다른 독창적인 볼륨을 멋지게 빚어냈습니다.
양산된 현행 투싼은 콘셉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멋진 스타일링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덕분에 현 자동차 시장에 어떤 자동차와도 비슷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전 세계적인 호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멋지고 새로운 고유의 디자인을 훌륭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날카로운 라인과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기하학적인 면이 투싼만의 매력을 완성합니다.
이처럼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이제 현대자동차만의 번듯한 디자인언어로 자리잡았습니다. 국내 베스트셀러 그랜저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아반떼 등 시장에서의 반응도 상당히 호의적입니다.
그리고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번 더 진화합니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를 맡는 아이오닉의 핵심 스타일링, 파라메트릭 픽셀입니다.
원래 현대자동차의 프로젝트였던 아이오닉은 작년 8월 현대의 전기차를 책임지는 서브 브랜드의 이름으로 격상했습니다. 전기차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차종으로 디자인에서 내연기관 차량들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그릴이 없어지고,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공기저항을 줄이고자 스타일링이 다소 밋밋하고 간결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쓰지 않는다면 특징 없는 디자인이 나오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이오닉 5의 콘셉트카로 나왔던 45 EV 콘셉트는 그러한 우려를 말끔히 정리했습니다. 기하학적인 도형들과 날카로운 라인으로 이뤄진 바디는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를 반영하고 있고, 거기에 새로운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이 적용되면서 또 다른 독자적인 디자인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현대자동차의 헤리티지, 포니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도 당시에는 화제였습니다.
픽셀은 이미지 디스플레이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입니다. 30대 전후의 나이대는 픽셀이 꽤 익숙할 것입니다. 예전부터 디스플레이들의 해상도가 낮았던 때엔 픽셀이 눈에 보일 정도로 컸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픽셀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됐지만, 레트로한 감성을 살리는 픽셀아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처럼 픽셀은 독특한 복고적인 매력을 갖고 있어 픽셀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까지 새로운 복고라는 이름의 뉴트로 문화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과거의 헤리티지였던 포니가 최신 전기차의 모티브가 된 것, 그리고 구식이 돼 버린 픽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최신 전기차의 중요한 디자인 포인트가 되는 것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융합해 세대를 관통한다는 아이오닉의 지향점 그 자체입니다. 당위성과 개연성이 모두 연결되면서 하나의 훌륭한 디자인적 배경이 완성됩니다.
45 EV 콘셉트에서 선보인 파라메트릭 픽셀은 이후 공개된 프로페시 콘셉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프로페시는 45 EV 콘셉트와 다르게 바디부분은 센슈어스 스포티니스의 디자언 언어를 충실하게 가져가고 중요 디테일 포인트들만 파라메트릭 픽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덕분에 같은 디자인 언어들을 가져가더라도 45 EV와는 다른 디자인을 보여주지만 그러면서도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이라는 정체성이 뚜렷합니다.
공개된 아이오닉 5의 디자인은 45 EV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도 좋을 만큼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콘셉트카에서 호평 받았던 좋은 느낌들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더욱 세세한 곳까지 디자인 언어에 충실하고자 한 부분들이 엿보입니다.
우선 픽셀 디테일들이 가장 잘 보이는 곳들은 램프들입니다. 콘셉트와 마찬가지로 점묘법으로 만들어진 듯한 디테일들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디지털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프랙탈 형태의 휠도 기존의 어느 차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디자인입니다. 특히 양산차량에서 이러한 디테일의 휠은 정말 보기 드물었는데 실제로 콘셉트 그대로 나온 점이 국내외에서 모두 호평 받고 있는 포인트입니다.
콘셉트카보다 더 세심한 부분들까지 신경 썼다 느껴진 곳들은 충전포트와 인테리어 디테일입니다. 픽셀을 이용해 충전 상태를 나타내는 디테일과 도어 부분 팔걸이 옆에 그래픽으로 그려진 픽셀 같은 부분들은 사실 없어도 큰 차이는 없는 세세한 부분입니다.
여러모로 이번 아이오닉 5는 현대자동차의 헤리티지와 디자인적 스토리텔링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미래적인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위트 있는 소소한 디테일과, 콘셉트카가 그대로 나온 듯한 세련된 디자인은 앞으로 나올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아이오닉 6는 아이오닉 5와 다른 새로운 디자인을 프로페시 콘셉트로 암시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