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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자동차 Apr 17. 2024

전기차는 무겁다, 그런데 그것이 꼭 단점만은 아니다


Writer 이동희(자동차 저널니스트, 컨설턴트)
자동차 교육 및 컨설팅 업체 '풀드로틀 컴퍼니'의 대표이자 자동차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2011년 12월 첫 양산용 전기차가 출시된 이후 13년이 지난 지금,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전기차가 팔리고 있다. 작년만 해도 16만 대의 전기차가 새로 등록되며 이제 국내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는 거의 55만대에 이른다. 내연기관차 대비 우월한 정숙성, 낮은 충전비용 등의 장점이 있지만 단점에 대한 걱정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무겁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무게는 정말 단점으로만 치부될 부분일까? 

전기차가 무거운 것은 구조적 차이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엔진과 변속기, 연료 탱크를 들어내고 모터와 배터리, 전기 관련 장치가 들어간다. 같은 크기의 코나와 코나 일렉트릭을 비교하면 무게 차이는 315kg 정도다. 현대차 외에 다른 브랜드도 비슷하다. 이는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대신 모터와 배터리가 들어가 생기는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무게 차이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본적으로 자동차는 아이작 뉴턴이 정의한 고전역학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 아래 움직인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힘이 가해져 상태가 변하지 않는 한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멈춘 물체는 계속 정지상태를 유지한다는 말이다. 이는 멈춰있는 차를 달리게 하거나 달리는 차를 멈추려 할 때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차가 무거워지면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짐 없이 혼자 운전할 때와 승차정원 가득 채웠을 때의 차이를 생각하면 쉽다. 무거운 차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제동 시에는 멈추기 위한 거리도 늘어난다. 물리법칙에 따른 운동성능만 생각하면 가벼운 차가 더 좋은 것이 사실이다. 

반면 크고 무거운 차는 그만의 장점이 있다. 가벼운 차에서 느낄 수 없는 묵직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이다. 고급차 중에 대형차가 많은 이유는 공간의 여유와 함께 차체가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어 우아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최근의 자동차는 더 많은 안전장비와 편의장비로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고, 늘어난 무게를 보완할 다양한 장치의 개발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 그래서 전기차도 늘어난 무게를 제대로 다스릴 수만 있다면 장점만을 남길 수 있게 된다.




전기차는 뼈대부터 내연기관차와 다르다. 네 개의 바퀴 위에 차체를 얹고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른다는 형식은 같으나 내부는 차이가 크다는 말이다. 내연기관차는 엔진과 구동바퀴의 위치에 따라 구조는 물론 무게중심의 위치가 결정된다. 반면 전기차는 차종에 따라 구동 모터의 위치는 다르지만, 가장 크고 무거운 부품인 배터리는 대부분 앞뒤 바퀴 사이의 차량 바닥에 넣는다. 그래서 전기차는 같은 크기의 내연기관차에 비해 더 무거운 대신, 무게중심이 낮고 차 가운데 위치하는 장점을 갖는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구조적 차이점은 또 있다. 바로 엔진과 구동계통이 없어 생기는 공간의 차이다. 자동차의 앞바퀴는 방향을 바꾸는 핸들링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뒷바퀴보다 상대적으로 역할이 크다.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이나 바퀴를 차체에 고정하는 서스펜션 링크의 구조가 중요한 이유인데, 엔진과 변속기 등 구동계통이 들어간 내연기관차에서는 절대적인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생긴다. 반면 엔진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전기모터를 넣은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서스펜션 링크의 길이와 위치를 좀 더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어 유리하다. 특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는 이런 장점이 더 크게 드러난다. 





동력원의 특성과 타이어도 다르다. 가솔린이나 디젤이 폭발해 만들어지는 힘을 이용하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모터에서 뿜어져 바퀴로 전달되는 힘이 상대적으로 더 크고 빠르게 노면으로 전달된다. 이에 따라 타이어도 차 무게가 늘어난 것과 비례해 높아진 토크에 대해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는 전비를 높이고 항속거리를 늘리기 위해 구름저항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타이어의 접지면이 줄어든 대신 사이드월을 포함한 전체적인 강성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무게가 늘고 단단해진 타이어는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만들기 어렵다. 예를 들어 무거워진 차체에 맞춰 감쇠력을 높이면 강성 높은 타이어와 함께 차체에 전달되는 진동이 커지고, 감쇠력을 낮추면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빠르게 운전대를 돌렸을 때 차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쓰면 해결이 쉽지만 가뜩이나 배터리 때문에 비싼 전기차의 가격이 더 높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대중적으로 많이 팔려야 하는 차는 비용 때문에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선택하기 힘들다. 





이렇게 승차감과 가성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책이 전기차 전용 주파수 감응형 댐퍼다. 쇼크업소버라고도 불리는 댐퍼는 오일을 채운 통 안에 작은 구멍이 뚫린 피스톤을 넣은 구조인데, 구멍의 크기에 따라 피스톤의 상하 움직임이 빠르거나 느려지며 노면의 충격은 물론 한번 눌린 스프링이 계속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주사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운데, 바늘구멍이 클 수록 더 쉽게 움직이는 것처럼 메인 밸브의 오일 통로가 좁을수록 감쇠력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인 댐퍼는 하나의 통로만 있어 상하 움직임의 길이(주파수)와 상관없이 일정한 감쇠력을 갖는데, 주파수 감응형 댐퍼는 메인 밸브와 함께 주파수에 따라 변화하는 압력으로 닫히고 열리는 밸브가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예컨대 차가 과속방지턱을 넘을 경우 그 높이만큼 바퀴가 크게 위아래로 움직이지만, 이 경우 주파수 반응 밸브를 잠가 감쇠력을 높여 흔들림이 줄어든다. 반대로 댐퍼가 짧게 움직일 경우 주파수 반응 밸브가 열리며 부드럽게 바뀐다. 이를 통해 노면 상태가 좋을 때는 물론 거친 노면에서도 차체에 전달되는 진동이 줄어들고, 큰 충격을 받게 되더라도 차가 위아래로 계속 흔들리는 여진을 빨리 잡아주게 된다. 이렇게 효과적으로 진동을 흡수하면 타이어에서 생긴 공명음까지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조용한 차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앞으로 전기차는 더 가벼워져야 한다. 배터리의 셀과 팩을 조립하는 과정을 바꾸는 것은 물론, 차체를 지금보다 가벼운 재질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앞서 언급한 운동성능뿐 아니라 향후 강화되는 자동차 오염물질 억제 규정을 맞추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 동안 자동차의 오염물질 제어는 주로 내연기관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에 맞춰져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와 유럽의회(EP)가 합의한 유로7 규정에는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가 마모되며 발생하는 미세입자 등이 처음으로 오염물질에 포함되었다. 


승용 전기차의 경우 지름이 10㎛ 이하인 입자상 물질(PM10)는 킬로미터 당 3mg,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등은 7mg, 내연기관을 단 대형 승합차는 킬로미터 당 11mg으로 규제치를 정했다. 아직은 잠정 합의된 내용이라 EU 회원국과 EP의 공식 승인 절차를 거친 뒤 발효되고, 승용차는 발효 30개월 후부터 적용이 시작된다. 전기차는 회생제동을 통해 브레이크 사용량이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내연기관차보다 무겁기 때문에 타이어 마모로 발생하는 입자상 물질이 더 많을 가능성도 높다. 무게를 줄여야 할 의무가 생긴 것과 같으며, 이는 제조사들이 계속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다시 한 번,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다르다. 전기차가 불리한 점도 있지만, 되려 전기차의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묵직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전기차의 특성에 맞춰 개발된 최신 기술들이 전기차의 단점을 상쇄시키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이런 기술들은 지금도 개발 중이고 말이다. 앞으로 또 어떤 기술이 전기차를 발전시킬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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