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LA 오토쇼 하루 전인 11월 21일 아이오닉 9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차의 이름과 숫자에서 알 수 있듯, 아이오닉 9은 현대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대형 SUV입니다. 아이오닉 9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선보였을까요. 현대차가 최초로 공개한 아이오닉 9의 디자인 콘셉트, 자세히 살펴봅니다.
아이오닉 9의 디자인 스터디는 지난 2021년 LA 오토쇼에서 선보인 ‘세븐 콘셉트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넓은 차체와 공력성능을 염두에 둔 낮고 얇은 A 필러,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라인 그리고 유선형 보트처럼 뒤를 약간 좁게 해 공력성능을 높이는 테일게이트가 특징인 콘셉트카였습니다. 더불어 파라메트릭 픽셀로 포인트를 주고, 휠하우스에 풍성한 볼륨감을 주면서 미래지향적이면서 부드러운 인상을 준 바 있습니다. 당시 많은 이들은 ‘이 차가 아이오닉 7이 될 것’이라 예상했죠.
3년이 지난 지금 당시 세븐 콘셉트카의 디자인 콘셉트를 대부분 흡수한 아이오닉 9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전체적인 실루엣과 디테일은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7이 아닌 아이오닉 9이 됐습니다. 숫자가 주는 무게 때문입니다. 9는 한 자리 숫자 중에서 가장 크죠. 즉 이 차는 아이오닉 브랜드에서 가장 큰 차가 된 겁니다.
세븐 콘셉트의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 에어로다이내믹 실루엣, 지속 가능한 친환경 중심 소재, 집의 거실과 같은 리빙 스페이스, 그리고 480km 이상의 주행가능거리와 350kW급 급속충전 등 세븐 콘셉트의 주요 키워드가 아이오닉 9에서 얼마큼 구현됐는지 살펴볼까요?
아이오닉 9의 외관은 세븐 콘셉트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현대차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는 ‘비행기 동체에서 느껴지는 탄력적인 볼륨감을 적용한 디자인’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실제로 전체적인 실루엣이 매우 커 보이고 풍성한 곡선으로 볼륨을 강조하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세븐 콘셉트의 디테일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앞모습에선 상단에 위치한 파라메트릭 픽셀 심리스 호라이즌을 통해 차체가 더 높고 넓어 보이는 효과를 냅니다. 더불어 아이오닉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보여주죠. 아래에 위치한 정교한 파라메트릭 LED 램프 또한 마치 화려한 귀걸이를 한 것처럼 아이오닉 9의 캐릭터를 또렷이 만들어줍니다.
옆모습은 어떨까요? 얇고 뒤로 많이 뉘인 A 필러,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라인과 약간씩 좁아지는 차폭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아이오닉 9의 고유한 캐릭터임과 동시에 기능적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합니다. 바로 공력성능이죠.
공기저항은 전기차 연료 효율성의 가장 큰 적입니다. 공기저항값을 낮춰야 그만큼 더 멀리 갈 수 있죠. 아이오닉 9의 매끈한 전면 그릴, A 필러의 각도, 뒤로 갈수록 조금씩 낮아지는 루프라인과 좁아지는 차폭이 공력성능을 높이는 역할을 하죠. 그렇게 이 거대한 SUV는 공기저항계수 0.259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합니다.
아이오닉 9의 모든 외관 디자인 요소는 공력성능을 높이기 위한 집착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아이오닉 9은 세계 최초로 앞 범퍼 하단에 듀얼 모션 액티브 에어 플랩을 달았습니다. 기존에 한 개 있던 플랩보다 더 높은 효율로 공기 흐름을 제어하죠.
디지털 사이드미러도 굉장히 작은 걸 볼 수 있죠. 게다가 이 미러는 차체에 완전히 붙어 있습니다. 사실 사이드미러는 자동차 공력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차체와 떨어져 있고 크기도 작지 않으니까요. 때문에 풍절음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오닉 9의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그 어떤 차보다 작습니다.
이 외에도 팝업 도어 손잡이, 에어로 다이내믹 휠 형상, 직선으로 길게 뻗은 숄더라인 등이 모두 에어로다이내믹을 추구한 결과입니다. 현대차는 이런 공기역학 디자인을 에어로스테틱(Aerosthetic)이라고 표현합니다. 에어로다이내믹과 미학을 뜻하는 애스테틱의 합성어죠.
아이오닉 9은 사진으로 봐도 크지만 실제로 보면 더욱 웅장해 보입니다. 특히 옆모습이 그런데요. 가장 큰 이유는 3130mm에 이르는 휠베이스입니다. 현대차 승용 라인업 중에서 가장 긴 휠베이스입니다. 차체 길이도 5060mm 현대차 모든 SUV 중에서 가장 큰 사이즈입니다. 참고로 팰리세이드는 차체 길이가 4995mm, 휠베이스는 2900mm입니다.
긴 휠베이스와 차체 길이를 가졌다는 것은 곧 실내 공간도 그만큼 넓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이오닉 9은 동급 최대 수준의 2, 3열 레그룸과 헤드룸을 확보했습니다.
아이오닉 9은 7인승 1종과 6인승 3종, 총 4종의 시트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1열은 릴렉션 시트와 레그 레스트를 비롯해 에르고 모션 시트가 적용됩니다. 넓은 공간 덕에 2열도 릴렉션 시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2열에는 스위블 시트 적용으로 180도 회전할 수 있어 3열과 마주볼 수도 있습니다. 측면 도어를 향해 90도 회전도 가능하기 때문에 승하차의 편리는 물론, 차일드 시트 탈부착 등도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6:4 분할 폴딩은 기본이죠.
넓은 휠베이스와 차체 길이는 탑승공간뿐만 아니라 짐공간도 넓혀줍니다. 3열을 폴딩하면, 2열 뒤쪽으로 무려 908L의 공간이 생깁니다. 골프백과 보스턴백을 각각 4개씩 실을 수 있고 프렁크에도 88L의 수납공간이 있습니다.
현대차에서 가장 큰 SUV가 될 아이오닉 9. 소비자들은 이 차에서 넓은 공간, 그 공간 안에서 영위할 수 있는 편의성과 아늑함을 원할 겁니다.
아이오닉 9은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모서리를 볼 수 없습니다. 각종 버튼과 도어 손잡이, 디지털미러 모니터, 센터미러, 심지어 페달까지 타원형 디자인입니다. 타원은 공격적인 느낌 없이, 지극히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아이오닉 9의 실내가 집안 거실처럼 편안하면서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란 현대차의 의도입니다.
거실 같은 편안한 분위기와 함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납공간도 중요하죠. 아이오닉 9은 동급 최고의 수납공간을 제공합니다. 먼저 타원 형상의 선반인 유니버설 아일랜드 2.0은 앞뒤 이동거리가 19cm나 됩니다. 그만큼 1열의 공간 자유도가 높아졌고, 1~2열의 연결성도 좋아졌죠. 콘솔 상단을 양방향에서 열 수 있으니 앞에서 뒤로, 또는 뒤에서 앞으로 물건을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2열에서는 대형 트레이로도 사용할 수 있죠.
1열 대시보드 하단엔 노출형 트레이가 있고 그 밑으로는 서랍형의 히든 트레이가 있습니다. 글러브박스도 2단 형태입니다. 오픈하면 위로 선반이 있고 밑으로는 상당히 깊은 공간이 생기죠. 그 위로도 스마트폰 등 얇은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물론 도어포켓도 거대합니다. 이런 수납공간의 세분화는 실내 거주성과 활용성을 극대화합니다.
아이오닉 9의 운전석에 앉으면 최첨단 디지털 환경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니터가 무려 5개나 되는데요. 우선 운전석 앞에 있는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 양 옆으로 시인성 좋은 디지털 사이드미러 모니터가 있습니다. 그리고 룸미러 형태의 디지털 센터미러가 있죠. 여기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더하면 무려 6개의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들어있는 셈입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센터미러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오닉 9은 굉장히 길지만 뒤로 갈수록 폭이 약간 좁아집니다. 그래서 일반 룸미러로는 뒤가 잘 보이지 않죠. 그래서 차체 뒤에 카메라를 달아 룸미러를 센터미러로 활용합니다. 시인성과 안정성을 월등히 높인 겁니다.
2021년 공개된 세븐 콘셉트의 주행거리 목표는 480km 이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오닉 9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간 532km(2WD, 항속형)의 최대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습니다. 110.3kWh의 대용량 배터리 탑재 덕분인데요. 아이오닉 5의 배터리 용량이 84kWh인 것을 감안하면 아이오닉 9의 배터리가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110.3kWh의 배터리는 동급에서도 가장 큰 용량입니다.
이 배터리는 350kW급 충전기로 24분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400/800V 멀티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지원합니다. 또 충전소 도착 시점에 배터리 온도를 제어해 충전 속도를 높이는 배터리 컨디셔닝 시스템, 냉난방 독립제어로 소모전력을 줄이는 3존 독립제어 풀오토 에어컨으로 전력 소모를 줄이죠.
아이오닉 9은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의 새로운 정점에 서는 대형 SUV입니다. 디자인과 성능, 넓고 편안한 실내, 동급 최대 주행거리 등 소비자들이 전기차에서 기대하는 모든 요소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 중심의 사용성을 강조한 공간 설계와 에어로스테틱이라는 독창적인 공기역학 디자인 철학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디지털 동반자로서의 역할도 기대하게 만듭니다. 또한 지속가능한 소재와 미래지향적인 기술 도입 역시 현대차의 전기차 전략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죠.
아이오닉 9은 단순한 대형 전기 SUV가 아닌, 현대자동차가 그리는 차세대 연료 환경의 미래를 담아낸 상징적인 모델입니다. 아이오닉 9이 전기차 시장에서 아이오닉 브랜드의 경쟁력을 얼마큼 강화할지, 그리고 아이오닉 9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