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과 마시멜로우 - 소도야영장

그리고 작은 모험가의 이틀간

by 해림

주말이 되니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댔다. 남편에게 야영장 성수기 추첨기간 포스터를 카톡으로 보내놓고 난 뒤 수요일 남편이 소도야영장이 되었다고 했다. 무려 카라반이라고 했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특별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곳이었는데! 조금 멀었던게 최대 단점일까. 하늘이 유난히 맑은 날, 우리는 바리바리 싸서 출발했다.


전망대위 863m에서 마주한 겹겹의 산그리메


도착 후 가장 먼저 도전한 건 863m 전망대 등반이었다. 사실 아이가 끝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살짝 걱정했는다. 아주 살짝! 우리 아이들은 뛰어서 숨도 거의 차지 않고 엄마보다 더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뛰어 가는 아이들을 불러가며 사진을 찍었다. "엄마 저기 봐!" 하며 오히려 나보다 더 신났다.

전망대에 올라선 순간, 아이는 "산이 겹겹이 쌓였어. 그림 같다." 고 했다.

고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바라본 그 풍경은 분명 사진보다도 더 선명하게 아이 마음속에 남았을 것이다. 나 역시 오랜만에 느껴보는 산의 웅장함에 한동안 말을 잃었다.



무서우면서도 짜릿한 그 순간들

전망대 경치 구경 후엔 그물뛰기와 짚라인 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전망대에서부터 그물놀이를 하고 싶어서, 몸이 달았다. 들어가자마자 폴짝폴짝 뛰는 아이들은 너무 신나서 얼굴이 아주 밝았다.

그물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와다다다 건너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그리고 짚라인에서는 "이히히!" 하고 웃음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고 내려왔다.

착지한 후 들뜬 신나는 표정이 가득했다.


마시멜로우가 녹아내리는 밤

해가 지자 본격적인 캠핑의 묘미, 마시멜로우 바비큐 시간이었다.

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나무젓가락에 마시멜로우를 꽂고 살살 구웠다.

"엄마, 녹는다 녹아~"

아이가 입 안에서 마시멜로우가 녹아내리는 걸 표현하는 말에 우리 모두 신나했다.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캠핑의 진짜 매력인 것 같다.

밤이 깊어가자 북두칠성이 하늘 한가운데 떠올랐다. 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별들이 쏟아질 듯 빽빽했다. 재활용을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밤하늘에 별이 한눈에 보여!

아이들은 보고있던 것들을 뒤로하고 엄마아빠를 따라 나섰다. 한발자국 나서자 마자 총총히 밝은 별을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모습을 보니, 이 아이가 평생 기억할 밤이 되겠구나 싶었다.

어느때 엄마가 어린시절 꽉 막히던 고속도로에서 보았던 북두칠성처럼!


자연이 주는 작은 선물들


아이와 함께 캠핑장 주변을 천천히 산책하다가 작은 산딸기를 발견했다.

빨갛고 탐스러운 열매가 여기저기 매달려 있었다.

"엄마, 이거 먹어도 돼?"

카라반에 와서 씻어서 몇 개 따서 맛보니 달콤새콤한 자연의 맛이었다.

아이는 신이 나서 작은 손으로 산딸기를 먹고 자연의 맛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은 여유롭게 시작됐다. 아이와 함께 캠핑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예쁜 나뭇잎과 풀들을 주워 코팅지에 붙여 '자연 액자'를 만들었다.

싱그러운 풀잎, 작은 잎, 이름 모를 들꽃까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붙이며 아이가 한 말이 또 마음에 남는다.

"이건 내가 본 산의 색이야."

자연은 이렇게 놀이도 되고, 미술도 되고, 무엇보다 마음속 깊은 곳에 고이 남는 추억이 된다.

단순한 캠핑을 넘어선 시간

산의 능선을 바라보며 감탄했던 순간, 바람을 가르며 내려온 짚라인의 짜릿함, 불빛 속에서 녹아내린 달콤한 마시멜로우, 밤하늘 가득 쏟아진 별들, 그리고 조용한 아침의 자연 놀이까지.

태백산에서의 이틀은 단순한 캠핑이 아니었다. 자연을 온몸으로 살아낸 시간이자, 아이의 마음이 조용히 자라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가 "엄마, 우리 언제 또 가?" 하고 물었을 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다음엔 또 어떤 별들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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