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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헨젤 May 06. 2022

0. 이상형에 대해 써야겠다 생각했다

많고 많은 글감 중에 이상형을 얘기하는 이유

 "넌 이상형이 뭐야?"


 연애하지 않는 솔로들이라면 이 질문 꼭 한 번씩은 받아보지 않았을까. 이 질문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주제인 돈, 인생, 연애 중 마지막인 '연애' 카테고리에 해당한다. 재밌는 건 질문은 하나인데 이 질문에 답하는 사람들의 대답이 참 다양하다는 거다. 가령, 누군가의 대답은 이렇다. "난 공유 같은 사람이상형이야." 다른 누군가의 대답은 이렇다. "나는 가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이상형이야."


 그렇다면 내 이상형은 어떤가. 나는 사실 저 질문을 받으면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초에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냐고.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을 여럿 만나다 보니 대충 이런 대답 정도는 할 수 있게 됐다. "나는 인피니트 호야같이 속쌍에다가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이상형이야." 이건 2n년 동안 살면서 찾아낸 내가 선호하는 얼굴 취향과, 내가 인간에게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를 섞은 대답이다.


 애초에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 현실 연애는 이상형과 다르다'라는 가치관을 가진 나는 그동안 굳이 이상형에 얽매이지 않고 연애를 해 왔다. 만약 내가 이상형에 부합하는 사람만 만났다면 내 연애 횟수는 반의 반절로 뚝 떨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이상형에 신경 쓰지 않고 살던 내가 이상형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뭐냐면, 바로 그동안의 연애들에서 마주치는 불행이었다.


 단순히 k-pop이 연애의 행복함만 강조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까탈스러운 건지. 사랑하면 행복하다고 하는데, 지금껏 내게 연애는 행복이라기보단 슬펐던 적이 조금 더 많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 상대가 갑갑하게 느껴져 거리를 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나 혼자 삽질한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이게 한 번의 연애에서만 그러면 나도 이 사람과 내가 심각하게 안 맞나 보다, 정도로 생각할 텐데 매 번의 연애마다 롤러코스터처럼 상승하고 내려 꽂히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그때쯤 되니 뭔가 문제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의 모든 연애의 불협화음이 내 탓이라 생각했다. 내가 많이 예민해서, 원래 남자는 둔하다던데 내가 이해를 못 해줘서, 내가 바라는 게 많아서.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타협이 안 됐다. 아니그래도이정도는사람이라면생각할수있지않나?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상대의 행동에 '아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와 '그럴 수 있지'로 박 터지게 고민하다가 결국 이별을 고한 게 꽤 됐다.


 그렇게 내 빡침 포인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친히 내 우울 버튼을 눌러준 사람들에게 이별을 고하면서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했다. 나는 기념일을 챙겨주지 않으면 많이 서운해하는구나. 나는 종교가 똑같은 사람을 만나야 덜 힘들겠구나 등. 그 데이터들이 모이고 모여 내가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얼추 그릴 수 있게 됐다. '내가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결국 그게 이상형 아니던가. 몇 번의 연애가 지나고 나서야 나는 이상형을 마냥 나와 동떨어진 존재로 둘 게 아니라, 현실 세계에 조금은 적용시켜야 하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상형을 키 180cm 이상에 연봉은 6000 이상으로 넉넉히 벌었으면 좋겠고 직업은 전문직에… 등의 너무 높은 기준으로 잡아둔 건 아니다. 애초에 내가 그런 사람이 못 되는걸. 누군가에게 이상형이 연애 상대를 고르는 높은 기준을 의미하는 단어라면 내겐 이상형은 최저 기준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다. 이것만 통과하시면 됩니다, 라는 느낌이랄까.


 이상형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 다짐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내 스스로 어떤 사람을 선호하는지 한 번 글로 정리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연애를 통해 내가 이런 모습을 싫어하는구나,라고 느끼긴 했지만 그게 명확히 정리된 건 아니었다. 그래서 글 쓰는 행위가 주는 자기 성찰적인 면모의 도움을 받아 나의 연애 상대의 최저 기준(=이상형)은 어디인가 알아보고 싶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믿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는다.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를 이룬 방법으로 매일같이 노트에 자신의 목표를 적었다,라고 말하는 강연도 참 많지 않은가.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여기에 내 이상형을 적는 것 정도만 해도 정말 딱 이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마지막 이유로는, 기회가 된다면 나 말고도 이러한 사람을 이상형으로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 이상형의 기준 중 하나는 '종교가 같아야 한다'인데, 분명히 나 말고도 동일한 종교를 이상형의 기준으로 둔 사람들이 많을 거다. 나의 경우는 전 남자 친구들과 어떠한 일이 있어서 종교가 같은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다면 나와 동일한 기준을 이상형의 기준으로 둔 당신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기에 나와 동일한 기준을 갖게 된 걸까? 그 배경과 스토리가 궁금하다. 물론 이런 건 이 글을 읽으신 분이 댓글로 소통해주셔야 가능한 거긴 하겠다만.


 아무튼간, 이러한 여러 이유로 본격적으로 다음 글부터 내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언젠가 여기 쓰인 글들처럼 내게 찾아올 그 사람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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