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처음으로 무감정을 경험했어.
항상 널뛰던 감정이 한순간에 없어진다는 사실이 너무 편하게 느껴졌어.
그래서 늘 마음속으로 바라 왔어.
무감정한 상태가, 오래오래 유지되게 해 달라고.
근데 그게 참 무서운 소원이더라.
무감정하다는 건 말야.
우울도 느끼지 못하지만 기쁨도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는.
무감정이란 건 마음이 죽은 거더라.
죽고 싶다는 생각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변해 가는데도
나 자신이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타인처럼 느껴져서,
아무런 저항 없이 자살이라는 늪에 끌려들어 가는 나를 멀리서 관망하는 또 다른 나.
우울한 사람보다, 불안한 사람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무감정한 사람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