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ㅇ하고 ㅊ하고 ㅂ하고 같이 뭐가 더 나은지에 대해서 토론한 적 있었잖아. 내가 왜 힘든지 아는 게 나은지, 모르는 게 나은지. 그때 ㅇ는 아는 게 낫다고 대답했었어. 아는 거. 그래. 아는 게 낫지 않아? 왜 힘든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이유라도 아는 게 더 편하잖아.
기억들이 되게 빨리 사라진다.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좋은 기억들밖에 떠오르지가 않아. 면담하면서 생생하게 어릴 때 기억들을 꺼내 보고 이야기하고 했는데, 글로 적어 놓지 않은 기억들은 금방 증발해 버렸어. 적어 놓을 걸 그랬나. 아니, 그랬더라면 지금도 그때와 같으려나.
사회복지사 쌤은 방어기제라 했는데, 망각이라는 방어기제라고. 그럼 된 건가? 기억을 통째로 날리면? 차라리 이 모든 것의 시작점을 알고 있다면 상황이 더 낫지 않았을까? 과거를 떠올려도 그냥 다 하얘. 모르겠다고.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잊을 수가 있지. 병원에서나 위클래스에서 면담할 때 떠올렸던 과거 기억들 가지고도 되게 오랜만에 기억났다고 쌤들에게 그랬는데. 다시 잊어버리면.
생각이 안 나. 어렸을 때 일들을 되짚어 보면 과거사건 O+감정배제/과거사건 O+긍정적 감정/과거사건 X+ 알 수 없는 감정(긍정적인 건지 부정적인 건지 모름) 전부 이런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저번에도 이럴 때 사고가 났던데, 내가 좀 큰 규모의 사고를 쳐 놨던데. 이번엔 어떻게 될까. 저번처럼 그렇게는 안 하겠지, 설마.
오늘 춥다. 기온 영하로 떨어졌어. 만약에 몇 달이 지나도 계속 겨울이라면 그러면 내가 이불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해서 계속 따뜻할 수 있지 않을까? 그냥 그럴 것 같다. 나라면.
어젯밤 내린 눈이 조금 더 천천히 녹기를.
그래도 언젠간 녹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