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을 한다는 것 #6
절대 모를 한 길 사람 속이 내 속일 줄이야
모르겠다,는 말과 나도,라는 말을 얼마나 싫어했던가. 무책임하고 성의 없고 속도 없다고 평가했던 말인데, 나는 내내 책임감도, 성의도, 속도 없는 참이었다. 아는 것이 없으면 알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각 지체로 가던 중에 모두 휘발되는 듯했다. 타는 마음과는 달리 태연한 척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수시로 튀어나왔다.
사는 거 진짜 내 맘 같지 않다.
10대 후반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갈수록 더 내 맘과는 달라지는 인생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 안간힘을 썼다. 팽팽한 인생과의 줄다리기에서 이기고 싶어서 이를 꽉 물었다. 제법 스마트한 줄 알고 살아왔는데, 대충 해도 중간은 넘었었는데, 일머리든 잔머리든 둘 중 하나는 써먹었는데, 하는 족족 멍청한 선택을 하는 내 모습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얘 진짜 왜 이래??!!
원인이 없는 두드러기를 떼어내지 못하는 탓에 동업자 친구만 죽어났다. 자극적인 거 빼고, 기름진 거 빼고, 인스턴트 빼고, 우리의 두둑한 한 끼를 챙기는 손에 하나 더 짐을 얹었다. 엄마가 차려준 밥상보다 더 많은 밥상을 받았을 것이다. 매번 다른 반찬, 정성스레 취향을 고려해서 맞춘 간, 넉넉하게 담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 이걸 먹을 자격이 있나. 별 이상한 데에서 유난한 양심이었다. 그냥 고맙다, 하고 맛있게 먹으면 될 일에 괜히 난리였다. 나란 인간, 참으로 피곤하구먼.
나로 사는 게 점점 싫어졌다. 나 같지 않은 태도와 행동, 나답지 못한 결정과 오기로 가장 곤란해지는 건 나인데도 어쩌질 못하는 걸 깨닫고 나면 뭐가 씌었나 싶기도 하다. 차라리 그 핑계를 댈 수 있다면 편했을까.
친구에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났다. 마음속에 담아둔 것들은 제멋대로 곪아 갔다. 그 친구가 그런 친구가 아닌 줄을 알면서도 내 멋대로 생각해서 마음이 들끓기도 하고, 차갑게 식기도 했다. 그러든가 말든가. 손님들은 썩은 내 속이야 알 바 없는 일이라, 일부러 그런 것만 골라서 찍어대는 것처럼 친구와 의견이 분분한 유형의 주문만 해주셨다. 이런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달랐던 의견이었는데도 유난히 뾰족하게 다가왔다.
찌르지 않았는데 아팠고, 찔리지 않았는데 피가 났다. 안에 있던 고름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그 더럽고 냄새나는 상처가 나에게도 당황스러웠다. 이 속에 뭐 이리 곪은 게 많지? 왜 끝도 없이 나오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한숨이 가게 바닥에 차곡차곡 쌓여서 천장에 닿을 기세라, 이건 아니다! 이게 무슨 못난 꼴인가 싶어서 친구에게 말했다.
"나 힘들어. 난 이런 일을 할 그릇이 아닌가 봐."
찡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돌아보는 얼굴은 말끔했다.
"할 수 있잖아. 좀 더 힘내보자!"
"........ 응."
할 수 없어. 낼 힘이 없어.
아냐. 할 수 있대잖아. 힘내보자.
할 수가 없다고. 힘이 나질 않아.
아냐. 힘내서 해보자.
내 속에 내가 너무 많다던 조성모의 노래처럼 차라리 많아라. 이게 뭐니, 고작 둘이라 누구 편도 못 들겠네. 반반인 마음이라 곤란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 마음은 딴 쪽에 기울어져 있었다. 마음속에서 들린 한 마디에 꽉 다물었던 입에 힘이 풀렸다.
힘을, 내고 싶지가 않아.
그랬구나. 그랬구나.
힘 내기 싫어서 이렇게 버틴 거구나.
멍청하고 무능한 인간아.
제 속 하나 헤아릴 줄 몰라서 이 꼴이로구나.
오래오래 울다가 잠들었다. 내일은 또 새벽 출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