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관리자가 된 이후, 더 강력하게 집 가고 싶은 수림

남이 시키던 일만 할 땐 에이스였던 수림, 이젠 남에게 시켜야 한다ㅠ

by Gro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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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관리자가 된 이후,

더 강력하게 집 가고 싶은 수림


윗선에서 시키던 일만 할 땐 에이스였던 수림,

중간관리자가 되고 나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개인 능력은 뛰어난데, 애들 관리가 좀 안 되는 것 같아.”

애매한 말이다. 앞은 칭찬, 뒤는 지적이다.
수림은 대개 가벼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 "네네~"라고 한다.
회사에서 미소를 겸비한 긍정의 대답은 가장 안전한 반응이기 때문이다.
(아, 결국 내가 부하 직원 관리를 못 한다는 뜻이구나.)


수림은 일을 못해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 아니다.

아니 수림이 일을 못 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키는 일은 늘 잘했다.
업무를 이해하는 속도도 빨랐고, 정리도 깔끔했다.
마감은 지켰고, 결과는 안정적이었다.
신입 시절에는 일이 전부였다.
일만 하면 됐고, 일을 잘하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었다.

그때의 수림은 자기가 회사 생활에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엔 그 생각 자체가 오류나 착각이 아니었을까 혼란스럽다.


문제는 자리가 바뀌고 나서였다.
남이 시키는 일을 하던 사람이
남에게 일을 시켜야 하는 위치가 되었을 때부터였다.


대표님은 회의 자리에서 자주 말했다.

“거절은 명쾌하고 단호하게.
그렇지만 말투는 최대한 친절하게.”

수림은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문장이었다.

머리로도 이해가 됐다. 그렇지만 자신의 몸과 마음을 그렇게 되지 않았다.
문제는 대표님의 지시를 실제로 실행하는 순간이었다.

“이건 이렇게 해 주세요.”
라는 말 뒤에
“미안한데요…”
“제가 부탁드리는 건데…”
“혹시 가능할까요…”
같은 말이 자꾸 따라붙었다.

(이번엔 단호하게 말하자.)
그렇게 마음먹고 입을 열면
어느새 상대의 표정을 먼저 살피고 있었다.

일을 시키면서도 계속 눈치를 보고 상대의 반응에 예민해진다.


수림이 꿈꿨던 리더십은 카리스마였다.
능력 있고, 명확하고, 흔들리지 않는 관리자.
필요할 때는 냉정하게 선을 긋는 사람.

하지만 현실의 수림은
자꾸 인간적인 쪽으로 기울어졌다.
사정을 듣고, 상황을 이해하고,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그 결과는 늘 비슷한 말을 듣게 되었다.

“조금 더 강하게 가셔도 될 것 같아요.”
“관리자로서 위엄이 필요해 보여요.”


다른 팀에는 ‘상장’이라는 인물이 있다.

(상장이 왜 상장인지는 차차 설명하기로 한다)
회사 생활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다.
아랫사람들에게는 일을 정확히 시키고,
윗선에는 늘 듣기 좋은 말을 올린다.

업무 능력은 평균적이었지만

회사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상장이 수림보다 일을 더 잘했던 건 아니다. 적어도 평사원 때는 그랬다)
그래서 그는 빠르게 올라갔다.

수림은 그를 보며 자주 생각했다.
내가 너무 순한 건 아닐까.
내 방식이 틀린 건 아닐까.

수림의 팀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성과도 크게 뒤처지지 않았고,
팀원들은 수림을 편하게 여겼다.
문제는 회사가
‘편하다’는 말을
그다지 좋은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회사는
사람을 잘 챙기는 리더보다
사람을 잘 관리하는 리더를 원했다.

수림은 그 차이를 이해하면서도
끝내 완전히 몸에 익히지는 못했다.


수림은 자신이 시키는 일은 잘해왔지만

남에게 일을 시키기엔 어려운 사람이라 고민이다.
못하는 걸 피해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오늘도 회사에 남아 있기 위해 애쓰는 자신과 마주친다.


중간관리자가 된 이후,
수림은 이전보다 훨씬 더 자주 집에 가고 싶어진다.

(회사도 게임처럼 단계가 올라갈수록 어렵구나!)


현재로서는 믿기 어렵지만,

수림에게도 회사가 쉬웠던 시절이 있었다.


(2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