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주장 '시청역 참사' 목격자들은 "절대 아니다"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13명의 사상자를 낸 역주행 교통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차량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이날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이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며 돌진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BMW와 쏘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는데요. 이후에도 100m가량 이동한 뒤 건너편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 멈췄습니다. 이 차량이 역주행한 거리는 200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습니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차량 운전자 A(68) 씨를 검거했습니다. A 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고, 사고 경위에 대해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목격자들은 "급발진은 절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들은 "급발진이라면 운행이 끝날 때까지 박았어야 했는데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멈췄다"라고 전했습니다. 사고 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한 네티즌은 영상과 함께 '브레이크 밟고 차를 세우는데 급발진이라고?'라는 글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운전자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전문가 "급발진 가능성 0에 가깝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 교수가 "시청역 사고 영상을 보면 속도를 낮춰 정지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급발진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염 교수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급발진일 경우 보통 브레이크를 밟으려 해도 딱딱해져 밟기 어렵다"며 "그래서 보통 가속이 계속 붙어 차량이나 보행자를 피하다가 구조물에 받혀서 속도가 멈추게 된다. 심지어 멈출 때도 속도 때문에 차량이 돌거나 전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이번 사고 영상을 보면 속도를 서서히 낮춰 정확하게 정지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만일 급발진이었다면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다 구조물에서 섰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고 원인을 묻자 염 교수는 "운전자의 부주의나 실수로 원인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 차량이 역주행으로 도로에 진입한 상황인데 가능성이 여러 가지가 있다"며 "역주행으로 진입하자 당황해서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헷갈렸을 수도 있다. 동승자가 있다고 했는데 과거 사건을 보면 동승자와 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정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피의자가 68세로 알려지며 고령 운전자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염 교수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계속 증가하는 건 사실이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20% 정도 되는데 1년 전보다 많이 증가한 것"이라며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제도를 유도하고 있지만 실제 반납률은 2%밖에 안 된다. 때문에 야간, 고속도로 금지나 속도 제한 등의 조건을 거는 조건부 면허제도 정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