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살아낸 너에게

1화

by Asurai

오늘도 눈을 떴다.

정확히 말하면 깨어났다.

자고 싶어서 잔 건 아니고, 그냥 기절하듯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진 거다.


천장을 보고 한참을 누워 있었다.

머리가 멍했고, 몸이 무거웠다.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살아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휴대폰을 켰다.

알람도 없고, 연락도 없다.

괜히 통장 앱을 열었다.

숫자가 너무 작아서,

잠깐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었다.


다시 봐도 그대로였다.


아무 일도 안 했는데,

아무것도 안 샀는데,

돈이 이렇게 없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오늘 뭐 하지…”


말을 꺼냈는데,

대답이 없었다.

원래 대답해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혼잣말을 했다.


창문을 열었다.

밖은 평소처럼 바빴다.

사람들은 출근을 하고,

차들은 경적을 울리고,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이에

나는 멈춰 있었다.


정확히는,

멈춘 척 버티고 있었다.


씻지도 않고 담배부터 물었다.

불을 붙이는데 손이 살짝 떨렸다.

춥지도 않은데

몸이 긴장한 것처럼.


연기를 들이마셨다.

폐 안으로 들어오는 감각이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아직 안 죽었네.”


웃기게도

그게 위로였다.


누군가는

오늘을 계획으로 시작하겠지만,

나는 오늘을

‘버텨야 할 하루’로 시작했다.


대단한 목표는 없었다.

돈을 벌고,

아무 문제 안 생기고,

그냥 오늘이 끝나기만을 바랐다.


솔직히 말하면,

가끔은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만큼 지금이 벅찼다.


그런데도

눈은 또 떠졌고,

숨은 또 쉬어졌고,

나는 또 살아 있었다.


원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되어버린 채로.


그래도

이상하게

오늘도 살아냈다.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 아무도 모르는 방 안에서

아무도 안 보는 마음으로

너에게 말해본다.


오늘도 살아낸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