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사랑이 찾아온 시간

by Asurai

미용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래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야, 밥이나 먹자.”


어린 시절,

전학 첫 날 나와 자연스레 말을 섞고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줬던 친구였다.


그와 함께면

시간이 잠시 멈춘 듯 편안했다.


그날 우리는

친구 여자친구까지 셋이서 밥을 먹었다.

별일 아닌 날, 별일 아닌 자리.


그냥 웃고 떠들다 헤어졌다.


그런데 며칠 후

친구에게서 뜻밖의 말이 왔다.


“야, 내 여자친구 친구 있는데

너한테 소개해주고 싶대.”


나는 바로 거절했다.


“아니야. 지금은 공부해야 돼.”


그때 나는

미용이라는 목표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참이었고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흔들리면,

내가 무너질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친구는

이상하리만큼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연락만 해봐. 인맥도 인연이야.”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결국 연락처가 넘어왔다.


나는 스스로 위안했다.


“그냥 매너 차원에서 받아두는 거지.

깊게 생각하지 말자.”


그래도…

어디선가 작은 설렘이 피어오르는 걸

나는 감추지 못했다.



“검정 머리도 보고 싶어요.”


그녀는 사진 속 내 머리를 보고 말했다.


그때 나는

연습용 염색 때문에 머리가 거의 무지개였다.


검정, 회색, 파랑, 빨강.

그야말로 유행도 개성도 아닌

훈련생의 흔적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검정 머리도 한 번 보고 싶어요.”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을 톡 건드렸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뭔가를 바란다는 느낌.


그게 그렇게

뜨겁고 새로운 감정일 줄 몰랐다.


바로 미용실로 가서

검정으로 염색했다.


염색약 냄새가 스며드는 동안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큼,

내 존재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처음이었다.


그날,

나는 조용히 웃었다.



처음 만난 날


며칠 뒤, 우리는 처음 만났다.


카페에서 마주 앉은 순간,

나는 괜히 등을 펴고

목소리를 조금 낮춰 말했다.


두근거림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진심이 먼저 나왔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천천히 이야기를 나눴다.

미용 이야기, 학교 이야기,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


그런데 이상했다.

말이 끊기지 않았다.


밤이 되자

나는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겨울바람이 불었는데

그녀는 목도리를 조금 고쳐 매고 말했다.


“오늘, 생각보다… 즐거웠어요.”


내 심장이

그 순간 한 번 크게 뛰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손이 코트 주머니에 깊이 들어갔는데도

따뜻했다.



그리고 시작된 작은 빛


며칠 뒤 그녀가 말했다.


“검정 머리, 정말 잘 어울려요.”


그 말 한마디가

나의 청춘을 환하게 비췄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느낌.

그건 꿈을 잡은 순간과 비슷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달콤했다


그날 밤

나는 베개를 껴안고

조용히 웃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사람 이었구나."


그 감정은

스무살의 겨울을 가장 따뜻하게 데웠다.




오늘의 글이 당신의 마음에 닿았다면,

한 번의 응원이 제게 다시 일어설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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