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다시 만난 사람, 다시 흔들린 마음

by Asurai

전역 다음 날, 이력서를 쥐고 집을 나섰다.

편의점, 물류센터, 공사장.

어디든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면 가겠다 마음먹었다.


하루 일당 7만 원.

그 숫자는 너무 작았지만

그래도 움직여야 숨이 쉬어졌다.


계산기를 두드릴 때마다

막막함이 목을 조였다.


“이 빚을 다 갚으려면… 몇 년이 필요한 거지?”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가라앉을 것 같아서.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 날,

문득 휴대폰 알림이 떴다.


군 생활 중 짧게 스쳐갔던 인연.

그땐 좋아했지만

내 현실은

빚과 신용불량, 그리고 끝없는 불안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감정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걸

이미 너무 일찍 배워버렸던 나였다.


그래서 포기했었다.

미소가 아름다웠던 그 사람을.

그 미소를 지켜줄 자신이 없어서.

내 삶이 너무 엉망이었기에

감히 다가갈 수도, 붙잡을 수도 없었던 사람.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누굴 좋아할 자격이 있나…”


그래서 조용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사람.

포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던 사람.


그 사람은 예전 그대로였다.

아니, 그때보다 조금 더 따뜻해 보였다.


“오랜만이네. 전역했어?”


그 한마디에 가슴이 이상하게 조여왔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심장은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 이 마음을 다시 꺼내도 될까?

아직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데…


“그래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마음이 아직 남아 있네.”


그 사실이 이상하게 위로였다.

완전히 부서진 건 아니구나.

아직 인간이구나.


그렇게 우린 다시 연락을 시작했다.

가끔 안부를 묻고,

짧게 대화를 나누다가

서서히 일상이 섞이기 시작했다.


밤새 통화하는 날도 있었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바보 같은 농담을 주고받고,

그냥… 좋았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결국 진실을 털어놨다.


“사실 나… 빚이 많아.

전역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어.”


말이 끝나자

긴 침묵이 흘렀다.


나는 이번에도

거절을 예상했다.

그때처럼, 스스로 물러날 준비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괜찮아.

나도 완벽하지 않아.

같이 버티면 되지, 뭐.”


그 말이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무 조건 없이, 이해를 건네는 사람.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그렇게 우리는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다시 서로에게 스며들었고


결국 연인이 되었다.


그날 밤

나는 방 안에서 혼자 소주를 따랐다.

잔을 들고, 조용히 속삭였다.


“그래.

이번엔 도망치지 말자.”


밖에서는 아무도 축하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 삶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사랑할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오늘의 글이 당신의 마음에 닿았다면,

한 번의 응원이 제게 다시 일어설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