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곁에 있었지만, 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가 내려왔다.
같이 있고 싶다는 그 마음이
처음엔 믿기지 않을 만큼 고마웠다.
하지만 현실은,
늘 그렇듯 쉬운 얼굴로 오지 않았다.
나는 새벽에 나갔다.
어둠 속에서 기지개를 켜고,
차가운 찬물로 얼굴을 씻고,
허겁지겁 식당에서 밥을 밀어 넣고
필드로 향했다.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땀이 배었고,
노을이 질 때까지 뛰고 또 뛰었다.
하루가 끝나 돌아오면
몸은 부서진 기계처럼 덜그럭거렸다.
눈을 감으면 그대로 잠들었고
눈을 떠도 계속 피곤했다.
그녀는 하루 대부분을 집에 있었다.
적막한 숙소,
식탁 위에 놓인 컵라면 포장지,
초라한 신발 두 켤레.
그리고 나를 기다리는 조용한 시선.
나는 사랑받고 있었지만,
어쩐지 더 외로웠다.
“언제쯤 일을 할 거야…?”
말을 꺼낼 때마다
내 마음이 먼저 찢어졌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 집도 사정이 어려웠다.
매달 어머니께 드리던 용돈 150만 원.
그래서 나는 대신 보냈다.
내 월급에서, 내 빚 갚는 돈에서,
아직 다 털지 못한 한숨 속에서.
나는 그저 버텼다.
말없이, 묵묵히,
그녀의 사정도… 그리고 나 자신도
다 포기하지 않으려 애쓰며.
“사랑하니까 함께 견디는 거다.”
주문처럼 되뇌었다.
하지만 어느새
하루 4시간의 잠,
두 캔의 에너지드링크,
다시 눈을 뜨기 위한 억지 숨.
몸은 12kg이 빠졌고
거울 속 내 얼굴은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버티는 모양새였다.
사랑은 곁에 있었는데
나는 점점 투명해져 갔다.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다.
“사랑도, 버티는 방식이 다르구나.”
나는 생존을 위해 버텼고,
그녀는 머물러주기 위해 버텼다.
둘 다 최선을 다했는데
둘 다 조금씩 부서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또다시 세상은 나를 밀어붙였다.
과거의 그림자 하나가
느닷없이 내 등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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