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내 이름으로 다시 서다

by Asurai

그날은 별일 없는 하루였다.

그냥 평소처럼

새벽에 몸을 억지로 일으켜

무거운 다리를 끌며 골프장으로 향했고,

손님들의 클럽을 들고 뛰고,

웃고, 인사하고,

저녁엔 다 쓴 체력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뭐가 달라진 것도 없었다.

그저 피곤했고,

그저 배가 고팠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 하루를 버텼을 뿐이었다.


그런데

숙소에 앉아 잠깐 숨을 고르던 내 앞에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통신 서비스 정상 개통 가능합니다.”


나는 멍하게 휴대폰을 바라봤다.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바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씩, 아주 천천히

그 문장의 의미가 가슴에 박혔다.


내 이름으로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게 된 거였다.


처음 명의가 도용됐던 그날 이후,

수년 동안 내가 잃었던 단 하나.


‘내 이름으로 사는 권리.’


나는 둘도 없는 귀중한 걸 되찾은 거였다.


처음엔 아무 감정이 없었다.

무표정하게 화면만 쳐다봤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가 목까지 치밀어 올랐다.


천천히 눈물이 고였고,

입술이 떨렸다.


참으려고 해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동안 쌓아둔 모든 숨과 절망과 다짐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했다.


“아… 나…

나 다시 살아났구나.”


작은 방,

낡은 형광등 아래,

땀 냄새와 먼지 냄새가 가득한 공간에서

나는 혼자 울었다.


그날 내 울음은

슬픔이 아니었다.


후회나 원망도 아니었다.


그건

존재의 증명이었다.


남들이 살던 20대가 아니라

나는 빚과 불안과 절망을 견뎌야 했던 20대를 살았다.

삶을 포기하는 순간마다

악착같이 다시 일어나야 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시간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내 이름.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존재.


나는 휴대폰을 꼭 쥐고 중얼거렸다.


“드디어…

내 이름으로 다시 걸을 수 있다.”


진짜 살기 시작한 순간이었고,

진짜 ‘나’가 돌아온 순간이었다.


그날 밤,

나는 텅 빈 방에서 혼자 미소 지었다.

소리 없이, 조용히—

어두운 천장을 보며 아주 작게 웃었다.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빛나고 있었다.


‘아직 멀었어.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나는

아주 천천히, 아주 조용히

다시 일어나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응원은 언제나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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