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
터질듯한 휴대폰 앨범을 정리하는데 집 밖에서 보냈던 사진보다 집 사진이 더 많은 것을 보며 내가 이 공간을 참 많이 사랑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1년 사이에 참 많은 것들이 바뀌었구나. 파란 하늘을 가득 담을 정도로 텅 비었던 테라스는 어느새 나만의 작은 캠핑장이 되었고, 창틀 한 칸을 채웠던 책들은 이젠 두 칸을 꽉꽉 채워 둘 곳이 없을 지경이다. 오직 나의 손길로 만들어진 공간은 누구보다 나에게 다정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되었다.
처음 이 공간은 나에게 새롭게 사귄 친구 같았다. 그런데 우연히 취향이 맞아서 처음 만났음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대화하는 그런 친구. 시간이 흘러 지금 나에게 이 공간은 오래된 연인과 같이 애틋하다. 처음보다 새로움은 덜 하겠지만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서로 맞춰가며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서 이젠 척하면 척이다.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나도 잘 안다. 익숙하지만 그만큼 합이 잘 맞기에 함께 할 때 시너지가 나고, 그 에너지로 또 끊임없이 무언가 시도하며 새로운 경험들을 한다.
누군가는 계속 보는 집이 지겹지 않냐고 물어본다. 지겨운 것이 아니라 편안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지겨움과 편안함을 착각하곤 한다. 편안함이란 질리지 않고 사람을 머무르게 한다. 그래서 난 이곳에 머무르고 있고, 머무르지만 고이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무언가를 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내가 사랑하는 공간에서.
지금 예전 집의 모습들을 보며 신났다. 마치 오래된 연인과의 초기 연애 때 모습을 보는 것처럼. 이전과 지금을 비교하며 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될 것 같다. 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