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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은 사이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

사이는 ‘공간적인 거리’를 뜻하기도 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뜻하기도 한다. 흔히 ‘사이좋은’이라고 표현할 때 굉장히 친밀하고 만남과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나에게 ‘사이좋은’ 관계란 상대방과의 아주 적당한 ‘사이’를 둔 관계다. 서로에 대한 선을 지키고 집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화 속에서도 ‘사이’가 필요하다. 대학생 때 친한 친구들 네 명이서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정적이 흘렀던 적이 있는데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난 대화 속에 이 잠깐의 정적이 좋더라. 서로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배려가 느껴져.” 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통찰력이었다. 대개 정적이 어색하고 싫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어쩌면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한 게 아니라 아닐 수도 있겠구나. 나 또한 대화할 때 편안하고 좋은 사람들을 보면 늘 급하지 않고 여유가 있으며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자르지 않고 끝까지 들은 후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다. 관계든 일이든 무엇이든 불안할 때 왜 불안한지 떠올려보면 마음이 조급하고 조용하고 느린 것을 답답하다고 느낄 때였던 것 같다. 한 마디로 여유가 없는 경우.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집에서도 노래나 라디오 등 어떤 소리를 틀지 않고 고요한 상태로 있고, 길을 걸을 때도 정말 듣고 싶은 노래가 있는 게 아니라면 에어팟을 빼고 자연스러운 주변 소리를 듣고 걸으려고 한다. 그렇게 주변의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은근 호기심이 가고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일상에서 생기기도 한다. 그게 점점 조급해지고 불안해지는 내 마음을 차분하고 여유롭고 평안하게 만드는 방법인 것 같다. 역시 채우는 것만큼 비워내는 것도 참 중요하단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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