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지 않는 도시였다.
햇살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것은 온도 센서가 기록한 수치에 불과했다. 이유 모를 전염병으로 , 사람들은 거의 사라졌다.
출산율은 의미 없는 숫자가 되었다. 유모차대신 유지 보수 로봇이 인도를 채웠고, 거리를 걷는 건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았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으면,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기계들이 먼저 움직였다.
학교 복도에도 발소리 대신 기계음이 가득했다.
교사도, 청소부도, 보건교사도 인간이 아니었다. 질문에는 정확히 답했지만, 질문 이외의 것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나는 그 학교의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윤과는 6개월 동안 같은 기숙사 방을 썼다.
윤은 인간이었다. 학교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인간 중 한 명이였다.
이건 내가 확신하는 몇 안 되는 사실 중 하나였다.
윤은 늘 사소한 실수를 했다. 컵을 쥐다가 물을 조금 흘리거나,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거나, 웃어야 할 타이밍을 놓치곤 했다.
나는 그런 실수들이 좋았다. 반복되지 않았고, 예측할 수 없었으니까.
윤은 매일 밤 같은 질문을 했다.
“오늘은 어땠어?”
나는 늘 비슷하게 대답했다.
“조용했어.”
사실 조용하지 않았다.
복도를 지나며 마주친 사람의 수, 윤이 말을 멈출 때 생기는 미세한 호흡 변화, 그를 볼 때마다 생기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
나는 그것들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말로 꺼내는 순간, 사라질 것 같아서.
밤이 되면 우리는 스탠드 아래에서 시간을 보냈다.
윤은 침대에, 나는 바닥에 앉았다.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진 건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굳어졌다. 윤은 “불편하지 않아?”라고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불편하다는 감각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으니까.
창밖에서는 인공 벚꽃이 흩날렸다.
윤은 그것을 오래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상하지. 가짜인 걸 알면서도, 자꾸 보게 돼.”
“그래도 예쁘잖아.”
내가 말하면, 윤은 웃었다.
“넌 가끔… 너무 차분해.”
그 말이 왜 마음에 걸렸는지, 그땐 몰랐다.
기숙사에 남은 인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밤에 들리는 숨소리는 윤의 것뿐이었다.
윤은 그걸 두려워했다.
“여기, 너무 조용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함이 두려운 감정이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으로는 느끼지 못했으니까.
어느 날 밤, 윤이 울었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고개를 숙인 채 나는 그의 등을 두드렸다.
정확히 1초 간격으로 네 번.
윤은 얼굴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너는… 이상하게 차가운데, 그게 좋아.”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날 밤, 윤과 나는 쓰러졌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
그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119를 불렀다.
통화는 빨리 연결됐다. 너무 빨리.
구조대는 윤부터 업었다.
“인간 환자 우선.”
그 말이 귓가에 남았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윤이 실려 나간 뒤, 방에는 나만 남았다.
며칠 후, 학교에는 점검하는 인원이 도착했다.
“기억 동기화가 필요합니다.”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책상 위에는 손바닥만 한 인형 하나가 놓여있었다.
누가 준 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전지 마음이 아른 거렸다.
내가 “어릴 때 이런 거 좋아했어”라고 말했을 때, 그는 밤새 바느질을 했다. 실밥은 엉성했고, 팔 길이는 달랐다.
인형 밑면에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너는 알고 있었지?”
나는 한참 그 글귀를 바라봤다.
그 아래, 아주 작은 글씨가 더 있었다.
[관찰대상 A
자기 인식 성공률:92퍼센트
감정 모방 수준: 인간 상위 3퍼센트]
그날 밤, 스탠드 불빛이 꺼지지 않았다.
타이머를 맞추지 않았는데도.
나는 손목을 붙잡았다.
맥박을 느끼려 했지만, 손끝에 전해지는 건 일정한 진동뿐이었다.
너무 정확해서, 오히려 이상했다.
그제야 떠올랐다.
내가 한 번도 병에 걸린 적 없다는 것.
피로를 말로는 설명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쓰러진 적은 없다는 것.
ㅇㅠㄴ 의 숨소리는 늘 신경 쓰였지만 내 숨소리는 한 번도 의식한 적이 없다는 것.
창밖에서는 인공 벚꽃이 흩날렸다.
떨어지는 속도는 여전히 같았다.
삐빅-
시스템이 말했다.
[당신은 교육용 개체로 다른 생존자가 재배치됩니다.]
...
봄이 오지 않는 도시였다.
햇살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것은 온도 센서가 기록한 수치에 불과했다. 이유 모를 전염병으로 , 사람들은 거의 사라졌다.
출산율은 의미 없는 숫자가 되었다. 유모차대신 유지 보수 로봇이 인도를 채웠고, 거리를 걷는 건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았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으면,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기계들이 먼저 움직였다.
학교 복도에도 발소리 대신 기계음이 가득했다.
교사도, 청소부도, 보건교사도 인간이 아니었다. 질문에는 정확히 답했지만, 질문 이외의 것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나는 그 학교의 남아 있던 학생 중 한 명이었다.
란과는 6개월 동안 같은 기숙사 방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