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의 향기

by 따심토

“그게, 있잖아…”
그녀가 내게 속삭였다. 낮은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 날카로운 흥분이 섞여 있었다. 나는 시선을 떨며 그녀가 쥔 손바닥만 한 꽃을 바라보았다.
꽃잎은 너무 진하고 선명했다. 자연에서는 볼 수 없는 형광빛 같은 붉은색, 불타는 듯한 노란색. 바로 인간이 만든 색이었다. 하지만 그 선명함 뒤로 어딘가 불안하고 떨리는 기운이 배어 있었다.
“이 꽃, 예쁘지?” 그녀가 눈을 반짝였다.

“사실은… 살아있지만, 고통 속에서 색을 얻은 거야.”
나는 잠시 숨을 죽였다. 꽃이 스스로 고통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물과 햇빛만으로 키워진 게 아니야. 화학약품, 전기 자극, 심지어 물고문까지… 꽃은 매 순간 신음했지. 그런데 우리는, 인간은 여전히 이런 꽃을 좋아해. 더 선명하고, 더 진하니까.”
손끝이 떨렸다. 나는 꽃잎을 건드려보았다. 부드러운 촉감 속에서 전해지는 미묘한 떨림. 마치 살아 있는 꽃이 고통을 숨기지 않고 몸으로 전하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럼… 그 꽃은 진짜 꽃일까?”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미소 지었다.
“진짜라는 건, 인간이 믿는 것뿐이야. 인간이 고통을 주고, 색을 조작해도, 우리는 그걸 아름답다고 느끼잖아. 그걸 모르고도, 혹은 알면서도 좋아하잖아.”
나는 꽃을 꼭 쥐었다. 순간, 꽃잎에서 시린 고통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붉은색이 손가락 사이로 번지며,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왜…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내 속삭임에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름다움은 고통 위에서 피어난다는 걸, 인간은 알아야 하니까.”
그녀의 웃음은 마치 나를 향한 경고 같았다.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잔혹한지, 내가 얼마나 그 일부인지 알려주는, 날카로운 경고.
꽃잎이 부서지며 떨어졌다. 진한 붉은 가루가 내 손을 물들였다. 나는 머릿속이 하얘지고, 몸 전체가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폭력과 고통, 그리고 나 자신이 그 폭력의 일부라는 사실.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자, 이제 넌 알았지. 인간은 꽃처럼 아름답지만, 동시에 잔혹해.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색은 누군가의 상처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나는 꽃을 땅에 떨구었다. 붉은 가루가 발밑에서 흩날렸다. 그리고 알았다. 진짜 공포는 외부가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인간의 마음, 인간의 욕망, 그리고 인간 자신.
창밖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색이 선명한 꽃은 없지만, 그 기억의 잔혹함은 내 안에서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상처받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그걸 사랑해. 인간은… 결국 그렇게 살아가지.”
나는 손끝으로 공기를 스쳤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나를 향해 울부짖는 듯했고, 그 공포 속에서 나는 서서히 웃음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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