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집이었다...

by 따심토

숲은 내 집이었다.

아침이면 이슬 맺힌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었고, 바람은 부드럽게 나의 털을 스쳤다.

나는 숲에서 혼자 살았다. 하지만 외롭지는 않았다. 나무는 나의 친구가 되어주었고, 개울물은 식수와 음악을 제공해 주었다. 달과 별은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주었다.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완벽한 집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조금씩 무언가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떡갈나무가 사라졌다. 며칠 후에는 개울의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개울이 사라지자 고기를 잡아먹던 친구들이 한 명씩 떠났고, 나 또한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조금 변한 건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달콤한 열매가 열리던 나무들은 계속 잘려 나갔다. 숲 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나의 식량도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인간들은 '길'을 내기 위해 땅을 파에 치고, 철제 괴물들을 끌고 와 나무들을 쓸어냈다. 밤마다 나는 사라진 것들을 세어보았다.

숲의 물건들은 하나둘씩 사라졌고, 그 자리를 인간들의 소음과 먼지로 대체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굴에 살던 여우는 인간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갔고, 올빼미는 불빛에 눈이 멀어 숲을 떠났고, 다람쥐들은 식량이 부족해 숲을 떠났다.

나는 점점 혼자가 되었다. 이 숲은 분명 나의 집이었는데, 어느새 남의 땅이 되어 있었다.

인간들은 마침내 숲에 불을 질렀다.

그들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 여기에 공장을 세우자. 이 숲은 이제 필요 없어"

불길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나는 필사적으로 달려 불길을 피했지만 나의 모든 것들이 붉은 혀에 삼켜져 재로 변해갔다. 도망치지 못한 자들은 울부짖으며 쓰러졌고, 하늘을 날던 새들은 연기에 질식해 떨어졌다. 숲은 그렇게 죽어갔다.

아침이 되었을 때 숲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검게 타버린 재뿐이었다.

나는 타버린 나뭇가지들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코 끝에는 탄내가 맴돌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들은 우리가 사는 이곳을 ‘집’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그들에게 숲은 베어내고, 팔고, 짓밟고, 태워 없애야 할 ‘물건’ 일뿐이었다.

나는 잿더미 위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인간들은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낮게 중얼거렸다.

“기생충…”

그들은 우리에게서 끝없이 빼앗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다. 숲을 갉아먹고, 동물을 쫓아내고, 결국 자신이 서 있는 땅마저 병들게 만들면서도, 아무 생각이 없다.

나는 부서진 나무 사이를 헤치며 마지막으로 숲이 있던 자리를 돌아보았다.

여기서 들려오던 바람 소리, 개울의 물소리, 동료들의 발자국 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언젠가, 모든 것을 빼앗긴 인간들이 자신이 뿌린 불길에 스스로를 태우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내가 겪은 절망을 너희도 알게 되겠지.

나는 조용히 숲의 잿더미 위를 걸었다.

나의 집은 사라졌고, 나의 세상은 끝났다.

그러나 인간의 끝은 이제 막 시작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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