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이 아무 장치도 없이 하늘에서 떨어질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 아마 0에 가깝지 않을까?
하지만 이 0에 확률은 뚫고, 발생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
건혁은 사람이 드문 곳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했다.
그래야 잠깐이라도 그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 사람의 죽음 이후로 건혁은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았다.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미술마저도...
스스로를 울타리 안에 가두며 원래 그런 것이라며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인적이 드문
도심 외곽의 낮은 언덕 위에 올라거 건혁은 하늘을 보며 앉아 있었다.
햇빛은 적당했고, 바람은 나뭇잎시 날아가지 않을 만큼만 불었고, 하늘은 쓸데없이 맑았다.
“완벽하네.”
건혁이 경치를 즐기고 있는 그때였다.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
건혁은 그대로 굳었다.
새인가?
아니다, 너무 크다.
비닐봉지?
아니다, 그러기에는 무게가 있는데
“사람…?”
그가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언덕 한가운데로 사람이 떨어졌다.
정확히는,
젊은 여자 한 명이 하늘에서 추락했다.
“…아.”
건혁은 깜짝 놀라 소녀를 바라봤다.
하늘에서 떨어진 여자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땅이 이렇게 단단하다니. 아야야 야야야……”라며 말했다.
그녀는 엉덩이를 부여잡고 일어나려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놀란 눈빛.
벌어진 입
굳은 표정.
아.
그녀는 즉시 상황을 파악했다.
하늘에서 떨어졌고,
목격자가 있다.
“스페이티움, 루멘 패스!”
그녀는 지팡이를 들며 정체불명의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둘은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봤다.
“왜 주문이 안되지? 지팡이가 고장 났나?
… 안녕하세요.”
침착하게 인사부터 했다.
이상하게 보일수록 더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게 더 좋다는 것 그녀가 가지고 있던 예의범절이었다.
건혁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 괜찮으세요?”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비록 견습이긴 해도 마법사이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그녀는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마법사?"
무슨 여기가 호그와트도 아닌데 마법사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건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공간의 틈? 차원의 경계?
음... 제가 어디서 왔다고 설명해야 할까요?"
“……저기요.”
“네?”
"이것 사회 실험 같은 거죠? 요즘 유튜브에 유행하는 것처럼."
건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회실험이요? 마법 시험과 비슷한 건가요?"
건혁은 그녀가 매우 수상했지만 아까 하늘에서 떨어져 추락해 생긴 다리의 상처를 보며 말했다.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아뇨! 이 정도는—"
말과 다르게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건혁은 주머니를 뒤져 응급용 키트를 꺼내. 그녀의 다리에 밴드를 붙이고 치료를 해주었다.
"이제 좀 어떠세요?"
"네. 좀 낫네요."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다행이네요.”
"혹시 마법사세요? 치유마법을 쓰는 것 같은데"
그녀의 질문에 건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마법이 아니고..."
그녀는 건혁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물었다.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조용한 이곳에서 뭐 하고 계셨어요? 방해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건혁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좋아요.”
“왜요?”
그는 하늘을 가리키면 말했다.
"당신 덕분에 오늘은 하늘을 다시 보게 됐어요.
제 이름은 건혁입니다. 박건혁"
“아, 전 수리예요. 하수리”
“……하수리?”
건혁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는 입으로 몇 번 굴려보듯 중얼거렸다.
“수리… 수리…… 하수리.”
“이상하게 부르지 마세요.”
“아뇨.”
건혁은 웃었다.
“되게 잘 어울려서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주문과 이름이 비슷하네요. 수리수리 마하수리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거든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저에게 힘들 때 이주문을 외우며 용기를 내라고 하셨거든요. 지금은 안 계시지만...”
하수리는 그 말에 잠시 말을 잃었다.
“집은 어디세요?”
“저 여기에는 집 없는데...”
"음... 그럼… 일단 내려가시죠.”
“어디로요?”
"우선 제 집으로 갑시다."
“…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제집으로 가자고.”
“지금 막 만난 사람한테요? 저 여자인데요?”
"그래서 갈 곳은 있나요?"
"... 없습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만남이 우연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사고의 시작인지.
건혁은 곰곰이 생각했다.
다만 하나는 확실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