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동거의 시작

하늘에서 떨어진 마법사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by 따심토

“그래서요.”

건혁이 물었다.

"진짜 마법사예요?"

“네. 비록 견습이지만"

수리는 해맑게 웃었다.

“정체불명이네요.”

건혁의 집은 꽤 단정하고 깔끔했다.

쓰레기는 분리수거가 되어있고, 물건들은 전부 정리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책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앉으세요.”

수리는 소파에 앉았다.

“차 마실래요?”

“저는 차보다 주스요.”

하수리는 집 안을 둘러보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스케치북을 발견했다.

“봐도 돼요?”

“네.”

스케치분에는 풍경화, 인물화등 여러 가지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우와! 전부 살아있는 것 같아요.”

“목격담이니까요.”

"혹시 화가세요."

“아뇨.”

건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림도 안 그리고, 그냥 사회에 방생된 인간 1

입니다."

잠깐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샤워할래요?”

수리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네?”

“아, 오해 마세요.”

건혁이 급히 말했다.

“옷 군데군데 먼지와 흙이 묻어있어서.”

“아.”

“수건은 새 거 있어요.”

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욕실 문을 닫고 나서야

그녀는 벽에 기대어 한숨을 쉬었다.

이 인간, 너무 아무렇지 않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테이블 위에 컵라면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제가 요리를 못해서요.”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컵라면을 먹었다.

“하수리 씨.”

“네.”

"다시 한번 묻겠지만 진짜 마법사예요?"

하수리는 젓가락을 멈췄다.

"네."

"그럼 증명해 보세요?

“뭘요?”

“하수리 씨가 진짜 마법사인지”

건혁은 아주 진지했다.

“요즘 유행하는 사회실험 또는 몰래카메라일 수도 있으니”

“아니면요?”

“제가 공상에 심취한 나머지 현실 감각을 잃었을 가능성이...”

수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저, 진짜 마법사예요.”

“그러니 증명해 보세요.”

"좋아요! 증명하면 놀라지 않을 자신 있죠?"

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 크게 뜨고 보세요!!!"

하수리는 테이블 위의 비어있는 작은 화분을 가리켰다.

“화분이요?”

“네. 제가 이 화분에 있는 꽃이 나게 해 볼게요."

하수리는 집중했다.

“플로라 에비게나, 루멘 블룸.”

화분에서

새싹 하나가

뿅 하고 튀어나왔다.

“…어.”

“…어?”

새싹은 멈추지 않았다.

자라났다.

쑥쑥.

너무 쑥쑥.

잎이 퍼지고,

줄기가 뻗고,

꽃봉오리가 맺히더니—

“어어어어어어?”

팡!

꽃이 피었다.

거실 한가운데서.

“와."

침묵을 깬 건 건혁이었다.

하수리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건 실수예요!

이건 원래 이 정도가 아니고—”

그때였다.

창문 밖에서

비둘기 한 마리가 화분을 보고 울었다.

“구구?”

그리고 더 많은 비둘기들이 몰려왔다.

“…왜 새들이요?”

“저도 몰라... 아! 이건 부가 효과에요.”

꽃향기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건혁은 웃음을 참다가

결국 웃어버렸다.

“지금 웃을 상황 아니에요!”

그는 말했다.

“확실히 알겠어요.”

“뭘요?”

“몰래카메라는 아니네요.”

“…그럼 믿어요?”

건혁은 화분을, 거대한 꽃을

그리고 하수리를 번갈아 봤다.

그리고 덧붙였다.

“근데 치우는 것은 당신 혼자서 치우세요.”

하수리는 고개를 숙였다.

"사실 아직 제대로 마법을 잘 사용 못 하거든요."

건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네?”

“앞으로는 제가 옆에 있을 때만 써요.”

“… 왜요?

“사고 나면 같이 수습해야죠.”

하수리는 고개를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 말이 되게 든든하게 들렸다.

둘은 같이 거대해진 꽃을 치웠다.

“그럼 당분간은"

건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제집에 있으세요. 잡동사시 넣는 방이 하나 있는데 치우면 방으로 쓸 수 있을 거예요.

수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돌아갈 때까지만 신세 지겠습니다.”

그렇게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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