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혁과 수리가 함께 산지 며칠이 지났다.
“으아악—!”
오늘 아침도 수리의 비명으로 시작되었다.
건혁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로 뛰어나갔다.
"무슨 일이에요?"
소파 위에 별이 그려진 잠옷을 입고, 앉아 있던 수리가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굳어 있었다.
“이, 이 작은 상자가 왜 소리를 질러요?”
알람 시계였다.
“그건… 사람 깨우는 기계예요. 대체 몇 번을 놀라는 거예요?”
“신기하잖아요.”
“네?"
건혁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이건 과학에 힘인데 이 세계에서는 과학이 마법이에요.”
수리는 진지한 얼굴로 알람을 노려봤다.
"역시 이 세상에도 마법이 있었어."
수리의 진지한 태도에 건혁은 어이없는 표정을 짓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건혁은 커피를 마시고, 수리는 tv를 보고 있었다.
“건혁 씨 밖에 나갈래요?"
"네?"
"먹을 것도 사고요. 겸사겸사 인간계 세상도 구경하고 싶어요!"
반짝이는 수리의 눈을 보고. 건혁은 당황했다. tv에는 도시 풍경이 나오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위험하지 않을까요? 들키기라고 하면... 그리고, 아직 준비도 안 했는데"
건혁이 걱정을 하며 말했다.
“하르 네이 룸.”
그때 수리가 주문을 외웠다.
잠옷차림이었던 수리의 옷이 초록색 원피스로 변했고, 건혁도 잠옷이 검은색 티셔츠로 변했다.
"자! 이제 출발합시다."
하수리는 신발을 신으며 재촉했다.
...
“여긴 뭐 하는 곳이에요?”
“마트라는 곳인데 필요한 물품을 사는 장소예요.”
“편리한 마법 상점 같은 건가요?”
"네. 아마도" 설명하면 더 복잡해질 게 분명했다.
"우와! 물약들이 많이 있어요."
"우와! 마법 아이템들이 많이 있어요."
수리는 신기하듯이 계속 환호성을 질렀다.
건혁은 수리를 보며 미스를 짓었다.
하지만 곧 문제가 터졌다.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데
“이건 왜 공짜가 아니죠?”
하수리가 컵라면을 들고 물었다.
“행사라고 쓰여 있잖아요.”
“행사는 싸다는 뜻이지, 공짜는 아니에요.”
수리는 카드 결제 단말기를 빤히 보다가, 카드를 위에서 흔들었다.
그때 뒤에서 한 남자가 헛기침을 했다.
남자는 사나운 눈빛에 험상굳은 표정, 까칠한 수염 그리고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으악 괴물이다."
"뭐라고?"
남자는 건혁과 수리를 째려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건혁은 사과를 하며 얼른 계산을 마치고 수리를 끌다시피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여긴 생각보다 무서운 곳이네요.”
수리가 진지하게 말했다.
길을 걷다가 건혁과 수리는 신호등 앞에 멈춰 섰다.
“왜 안 가요?”
“빨간불 때에는 건너면 안 돼요?”
수리는 신호등을 올려다봤다.
“비어 있는데요.”
“규칙이에요.”
잠시 후 초록불이 켜졌다.
“지금이요.”
“왜요?”
“지금은 건너도 괜찮아요.”
하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세계는… 허락받고 움직이는 곳이네요.”
그러고는 수리는 횡단보도를 뛰면서 건넜고,
그런 수리를 건혁은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봤다.
집에 돌아오자 우편함에 꽂힌 고지서가 눈에 띄었다.
“이건 뭐예요?”
“관리비요.”
“주문서인가요?”
“아뇨. 이 집에 살고 있다는 증거예요.”
하수리는 숫자를 내려다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돈을 내야 하다니 마법 세계보다 무섭네요…
이건 현실 마법이군요."
집에 들어와 건혁은 마트에 사 온 물품들을 정리했다.
정리를 하고 난 뒤 건혁은 수리에게 말했다.
"식재료를 사긴 했는데 어떡하죠? 우리는 못하는데..."
"저 요리할 줄 알아요!"
수리는 미소를 짓으며 말했다.
"제가 맛있는 음식 해드릴게요."
건혁은 믿지 않았지만 한 번 수리를 믿기로 했다.
“하르 네이 룸.”
수리의 의상이 요리사복장으로 바뀌었다.
수리는 자연스럽게 채소를 썰고, 국을 끓이고, 면을 삶았다. 어느새 상에는 국수가 완성되었다.
"수리표 아주 맛있는 국수 완성!"
그럴듯한 음식에 건혁은 감탄했다.
한 입을 먹어보니 건혁은 더욱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에요."
"천천히 먹으세요. 아직 많이 남아으니까요."
"어떻게 요리를 잘하는 거예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혼자 살았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요리를 익힌 것 같아요."
수리를 미소 짓으며 말했지만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건혁은 수리에 아픈 곳을 건든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 건혁을 보며 수리는 활짝 웃었고, 곧 서로를 다시 바라보며 웃으며 식사를 이어갔다.
건혁은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에 밝았던 수리의 아픈 과거를 생각하니 자신또한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그날 밤, 건혁은 오랜만에 노트에 있는 그림을 봤다.
노트에는 한 남자가 그려져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림이네..."
알 수 없는 느낌.
건혁은 그리움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
창가에서는 수리가 신호등을 바라봤다.
“초록불이네. 이 도시는 하나의 던전 같단 말이지.
그래도 기분 좋다. 나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
수리는 천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