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자배구]2026.02.13. KB손해보험 vs 삼성화재
배구는 흐름의 스포츠입니다. 한 번 꺾인 기세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한 번 터진 서브는 성벽을 무너뜨리죠.
오늘 의정부에서는 3연패의 사슬을 끊고 4위권 도약을 노리는 KB손해보험과, 6연패라는 최악의 터널 끝에서 빛을 찾으려는 삼성화재가 만납니다.
물러설 곳 없는 두 팀의 '벼랑 끝 승부'입니다.
후방에서부터 정교하게 공을 쌓아 올리는 축구의 ‘빌드업’처럼, 배구판의 KB손해보험 역시 약속된 움직임으로 승부하는 대표적인 시스템의 팀입니다. 하지만 최근 그 견고하던 전술 대형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 임성진이라는 'X-Factor': 비예나와 나경복이 제 몫을 다해주고 있지만, 최근 임성진의 부진은 뼈아픕니다. 공·수 양면에서 살림꾼 역할을 해줘야 할 임성진이 흔들리자 팀 전체의 리시브 라인이 동요하기 시작했죠. 오늘 황택의 세터는 임성진의 자신감을 살려주기 위한 '맞춤형 토스'로 삼성화재의 낮은 블로킹 벽을 먼저 공략할 것입니다.
- 황택의의 지휘와 중앙의 높이: 국가대표 세터 황택의의 조율 능력은 여전히 리그 최상급입니다. 특히 삼성화재를 상대로는 박상하-차영석으로 이어지는 중앙 속공 비중을 높여, 상대 블로커들을 사이드로 찢어놓는 전술을 구사할 것입니다. 이는 주포 비예나에게 가는 블로킹 벽을 하나라도 줄여주는 치밀한 계산입니다.
삼성화재는 6연패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의정부로 향합니다. 주포 아히의 파괴력은 여전하지만, 그를 뒷받침할 '디테일'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 아히의 어깨에 실린 운명: 삼성화재 공격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아히는 하이볼(나쁜 토스) 처리 능력이 발군입니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 보니 승부처에서의 범실(Errors)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김우진과 이우진을 활용해 아히의 짐을 덜어줘야 합니다.
- 세터 포지션의 '안개 정국': 노재욱의 경험이냐, 도산지의 패기냐. 삼성화재의 연패 원인 중 하나는 세터와 공격수 간의 호흡 불안입니다. 특히 KB손보의 강력한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릴 때, 세터가 얼마나 침착하게 아히에게 '때리기 좋은' 높이의 공을 배달하느냐가 6연패 탈출의 유일한 해법입니다.
- 공격 전략 (Attack): KB손보는 나경복-비예나의 퀵오픈을 통해 빠른 템포로 경기를 가져가려 할 것입니다. 반면 삼성화재는 리시브가 흔들리더라도 아히의 타점 높은 오픈 공격으로 '힘대 힘' 대결을 신청할 가능성이 큽니다.
- 수비 전력 (Defense): 지난 맞대결에서 KB손보는 블로킹에서 17-9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습니다. 박상하를 중심으로 한 KB의 벽이 아히의 직선 공격 코스를 얼마나 차단하느냐, 그리고 삼성화재 리베로 이상욱이 비예나의 강력한 스파이크를 얼마나 디그로 살려내 반격(Counter-attack) 기회로 연결하느냐가 승부처입니다.
[시나리오 1: KB손보의 완승]
황택의, 나경복, 비예나, 임성진의 서브가 삼성화재의 리시브 라인을 초토화합니다. 살아난 임성진이 비예나와 함께 양 날개에서 화력을 뿜어내고, 박상하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아히의 공격을 차단합니다. 셧아웃 혹은 3-1 승리로 4위 추격에 불을 지핍니다.
[시나리오 2: 삼성화재의 반란]
아히가 '인생 경기'를 펼치며 40득점 가까이 폭발시킵니다. 도산지(노재욱) 세터가 안정감을 되찾으며 김우진의 지원 사격까지 터지기 시작합니다. KB손보의 범실이 겹치는 틈을 타 삼성화재가 끈질긴 풀세트 접전 끝에 6연패 사슬을 끊어냅니다.
객관적인 전력과 세터의 안정감, 그리고 높이의 우위(블로킹)에서 KB손해보험의 우세가 점쳐집니다. 특히 홈 이점과 상대 전적의 자신감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삼성화재가 아히를 앞세워 한두 세트를 가져오는 저력을 보이겠지만,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은 결국 황택의라는 베테랑 조율사를 보유한 KB손해보험이 앞설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