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마음이니까 애가 안 생기지

by 껌딱지

나는 난임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통계라는 게 이렇게까지 정확한지 몰랐다


"부부 7쌍 중 1쌍은 난임"


나의 첫 직장동기 무리는 총 8명인데

그중에 나 포함 7명은 결혼을 했고

다들 아이를 하나, 둘 씩 낳았다


우리 부부는 1/7 확률로 그 '한 쌍'이 되었다

마치 러시안룰렛 게임에서

첫 발에 당겨진 총알을 맞은 것처럼

아무런 예고 없이 맞닥뜨린 고통이었다


요즘엔 난임이 많으니

그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다고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었더라면 조금 덜 아팠을까.


주변에 나와 비슷한 상황에 던져진

그 누구도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처음엔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난임 브이로그나 관련 기삿거리들이

나의 알고리즘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며칠 뒤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과정에 대한 이야기,

배란 테스트기, 임신 준비에 좋은 영양제 등

난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찾아볼법한

아니, 검색에 검색을 거듭할만한 내용들이

무서운 속도로 나를 덮쳐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난임병원에 데려오는 아이들을 보기가 버겁다는

익명의 글 속 한 댓글이 나를 관통했다


'그런 마음이니까 애가 안 생기지.

심보를 곱게 먹어라'


본인도 난임이지만 당신처럼 못된 마음은

가져본 적 없다는 댓글도 눈에 띈다


원인불명의 난임.

애써 자책하지 않으려 발버둥쳤던 날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 눈앞을 스쳐간다


그런 마음?


2년째 나를 괴롭히는,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무너뜨리고 짓밟는

이 난임이라는 게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리는

마음가짐의 문제였던가.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튼튼히, 더 단단히 고쳐먹을 테니

나도 남편 쏙 빼닮은 아이 한 번만 안아보자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익명의 글쓴이도

처음부터 '그런 마음'을 품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은 질투와 간절함,

어쩌면 나도 다음번엔 임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던 희망 섞인 믿음이

거듭되는 좌절과 엉망이 된 호르몬에 굴복했을 것이다



난임은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니다


하루가 일 년처럼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기다림과

친구의 기쁨에 온전히 축하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나를 마주 하는 것,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던져진 나의 일상.


이 모든 것들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여느 긍정적인 사람들처럼 마음을 다잡을 수만 있다면

누구보다 간절히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

같은 상황에 놓이더라도

모두가 같은 행동, 같은 생각을 품을 수 없다


또래의 빠른 취업에 애가 타는 취준생처럼,

동기의 승진 소식에 조바심 나는 회사원처럼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아이가 찾아와 줄 우리도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한 생명을 기다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숭고하고 경건하게,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마음은 접어두라는

다수의 메시지들은

이유를 찾지 못하는 난임의 원인에

또 하나의 물음표와 상처를 남긴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