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느껴질 때,
연필과 노트는 나의 유일한 친구였다.
머릿속에는 꺼내 쓸 재료가 하나도 없었지만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소리에 이끌려
무슨 말이라도 적기 시작했다.
섬의 꼭대기,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곳.
사람이라곤 엄마와 나, 둘뿐이었다.
엄마는 홀로 밭을 매셨다.
땅에 단단히 박힌 풀의 모가지를
왼손으로 비틀고,
호미 끝을 깊숙이 넣어 끌어내면
풀들은 이내 항복하는 듯 뽑혀나왔다.
나는 알곡의 기쁨보다
엄마를 골병들게 하는 저 풀들이 더 미웠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풀들도 땅을 단단히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자연은 언제나 글감이 되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사방에 흩어진 글감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내 글도 출렁였다.
자연은 나에게 감수성이란 선물을 풍성히 안겨주었다
그러나 나의 글은 늘
읽는 이가 해석하기 힘든 글이었다.
그럼에도 어디서든 상황이 닿으면
나는 노트와 펜을 펼쳐 들었다.
두꺼운 노트, 잘 써지는 펜.
그것들을 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겼다.
누군가 노트를 선물해주면
세상 무엇보다 기분이 좋았다.
마음이 든든했고, 그것은 나의 재산 같았다.
지금도 식탁 위에는 노트가 수북하다.
그들은 나를 기다리며
써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나는 이제야 제대로 글을 쓰고 싶다.
배우고 나니,
형편없었던 내 글이 부끄러워졌다.
그렇지만,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글이라도
이제는 제대로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