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마음

by 자그노기

버스 안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기사 아저씨에게 목적지를 물었다.

“저기, 가요?”

기사는 백미러로 쳐다보며 말했다.

“위험하니까 앉아계세요.”

그는 목적지를 알려주었지만, 아주머니가 몇 번을 다시 물어보자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제가 귀가 좀 안 들려요. 보청기 배터리가 떨어져서 그래요.”

아주머니는 딱한 사정을 설명했지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였는지 사람들은 고개만 돌린 채 구경꾼이 되었다.


잠시 후 아주머니는 내리는 문 손잡이를 잡고 승객들을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 엄마도 귀가 안 들렸어요. 딸 다섯 중 네 명이 다 엄마를 닮아서 보청기를 끼고 살아요.”

그리고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혼잣말하듯 덧붙였다.

“자기들은 안 늙나…”


버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몇몇은 소곤거렸고, 대부분은 창밖만 바라보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무심한 공기가 떠돌았다.

그 모습을 보는데, 문득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귀병이 잦아 늘 고생하셨다. 나이 들어 귀가 어두워지자, 앞에서 말하지 않으면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것도 모르고 “고집이 세서 내 말은 안 들어” 하시며 사람들 앞에서 흉을 보셨다.

엄마는 이유도 모른 채 비난을 들으며 속을 끓였다. 긴 세월을 그렇게 화병으로 버티셨다.


도시로 이사 오고 나서야, 아버지는 엄마가 못 들었지, 안 들은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요즘 나도 버스 안에서 전화를 받으면 소리가 흩어져 정확히 들리지 않는다.

그럴 땐 통화를 포기한다. 그 아주머니의 난청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큰소리로 호통치듯 말하면,

아무리 어른이라도 돌아서면 눈물이 난다.

속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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