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애환이 담겨있는 나주 곰탕
나주에 애환이 담겨있는 먹거리가 있다.
아픈 역사와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나주 곰탕이다.
곰탕은 곰이 들어가는 음식이 아니라, '진하게, 오래 푹 끓인 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기나 뼈를 오랜 시간 푹 삶는 탕을 가리킨다.
조선시대 고문헌에는 ‘고음탕’이라는 명칭으로도 등장하며, 구어체에서 ‘곰’으로 변형되어 곰탕이 되었다는 설이 가장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곰탕은 주로 맑은 국물에 가깝고, 사골이나 뼈를 많이 넣은 설렁탕과 달리 간장으로 미리 간을 맞추고 고기와 내장, 무를 중심으로 맑고 깊은 맛을 낸다.
곰탕은 조선시대부터 궁중 수라상, 양반가, 그리고 서민 장터에 이르기까지 널리 즐겨온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국물요리로, 오랜 시간 고아내는 정성과 깊은 맛이 특징이다.
곰탕의 역사는 일제강점기까지 올라간다.
1930년대 일제가 나주에 건설한 소고기 통조림 공장에서 시작됐다. 일본군에 납품할 통조림용 고급 소고기는 모두 일본인에게 돌아갔고, 공장 노동자였던 나주 사람들에게는 소의 머리, 내장 등 부산물만이 남겨졌다. 당시 이 부산물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장터에서 솥을 걸고 고기 국밥 형태로 끓여 판 것이 오늘날의 나주 곰탕의 시초가 되었다.
하루 수백 마리의 소가 도축되고, 그 부산물이 시장에 풀리면서, 많은 나주 서민들은 이 국밥으로 배를 채웠다. 먹고살기 힘든 시기, 생계유지와 가족의 목숨을 버티게 했던 음식이 바로 곰탕이었다. 그래서 곰탕에는 일제강점기 수탈의 슬픔과 민중의 생활력, 시장터의 애환이 담겨 있다.
곰탕의 요리법은 간단하지만 장시간 고는 것이 특징이다.
1. 주재료는 소고기의 다양한 부위(양지머리, 사태, 내장, 곱창, 곤자소니 등)와 무, 대파, 마늘, 국간장, 소금 등이 사용된다.
2. 소고기와 내장은 핏물을 빼고, 내장은 소금으로 깨끗하게 문질러 씻는다.
3. 큰 냄비에 물을 받아 고기와 내장, 무를 함께 넣고 센 불에서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거품을 자주 걷어 냄새와 불순물을 제거한다.
4. 초벌구이가 끝나면 장시간 푹 삶는다. 불을 줄여 중불 혹은 약불에서 최소 2~4시간, 길게는 6~12시간 동안 은근하게 고아 국물을 우려낸다. 필요에 따라 뼈(사골, 우족 등)를 추가하면 국물이 더 진해진다.
5. 고기와 무 등 고명 재료는 얇게 썰어 간장,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등으로 양념한다.
6. 국물 위에 뜬 기름을 걷어 내고, 국물은 국간장 혹은 소금으로 기호에 맞게 간을 한다.
7. 완성된 곰탕은 그릇에 국물과 고기를 담고, 대파를 송송 썰어 올려 마무리한다.
나주곰탕거리는 전라남도 나주시 금성관 주변에 있는 전통 음식 거리로, 다양한 곰탕 전문점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나주 곰탕의 오랜 전통과 맛을 이어오는 여러 맛집이 모여있다. 주요 맛집으로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하얀 집, 맑은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가 특징인 노안집, 늘 애용했던 남평할매집, 머리 고기를 기본 반찬으로 제공하는 독특한 곰탕집인 한옥이 있다.
곰탕은 여름보다 추운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다. 토요 휴무가 되기 전, 주말에 직장에서 퇴근하면서 많이 들렸던 추억이 있는 장소다. 아들이 휴가 와서 보내다가 부대 복귀하는 날에 들렸던 곰탕집이다. 시장 안이나 주변에 있었던 곰탕집들이 이제는 번듯하게 건물을 지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나주곰탕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데에는 이렇듯 "빈곤과 절실한 삶의 애환"이 녹아 있다.
곰탕 한 그릇마다, 나주인의 지난 고생과 가족을 향한 애틋함이 담겨 있다.
추운 겨울날 곰탕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곰탕 안에는 쇠고기 몇 점과 계란말이와 파가 둥둥 떠 있다. 반찬은 김치와 깍두기가 전부다. 밥을 탕에 말아먹어야 제맛이다. 육수가 담백하다. 나주에 여행 오시면 꼭 나주 곰탕을 드시고 가야 한다. 양이 적으면 곱빼기를 시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