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무너지는 의욕이 아니라 나에 대한 믿음이다.

by 하솜

우울해지면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의욕이 없어서 그래.”

그래서 다들 의욕을 끌어올리려 애쓴다.


계획을 세우고,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반복한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일도 시작하기 어렵고, 시작하더라도 끝까지 가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론에 도달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우울할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의욕이 아니라 자기 신뢰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 순간, 아무것도 시도할 이유가 사라진다.


예전에는 할 수 있었던 일들이 갑자기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이 낯설고, 사소한 선택 앞에서도 오래 망설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주 자신을 평가한다.

게으르다, 약하다, 의지가 없다.


하지만 우울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에너지를 아끼는 방식이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버텨왔기 때문에 더 이상 무리하지 않으려는 상태에 가깝다.

문제는 이 상태를 오래 이해받지 못하면 사람은 스스로 계속 깎아내리게 된다는 점이다.

“왜 이것도 못해?”

“이 정도로 힘들어?”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던지는 사람은 대게 자기 자신이다.


자기 신뢰가 무너지면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어려워진다.

어차피 나를 설명해도 이해받지 못할 것 같고, 말을 꺼내는 순간 더 초라해질 것만 같다.

그래서 혼자가 된다.


우울은 그렇게 고립을 만든다.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의욕을 되찾는 방법이 아니다.


먼저 멈춰서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나는 언제부터 나를 믿지 않게 되었을까?”

“무너지기 전까지 나는 무엇을 계속 참아왔을까?”

우울은 게으름의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애쓴 사람에게 나타나는 흔적이다.

지금의 무기력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생긴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혼자서 해왔기 때문에 남은 잔여물일지도 모른다.


이 글은 당신을 움직이게 하려는 글이 아니다.

지금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을 조금 덜 미워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아무 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가라앉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