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은 곡식가루를 시루에 찌거나 삶아서 모양을 빚어 먹는 음식으로 <조선상식, 1948년, 최남선>에서는 동양 삼국의 떡의 특징으로 중국에서는 밀가루, 일본에서는 찹쌀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멥쌀가루를 주재료로 하여 떡을 만든다고 한다. 제주도 대표떡은 좁쌀가루 와 찹쌀가루를 섞어 반죽하여 만든 '오메기떡'이다. 제주도를 방문하면 기념으로 '옥돔'을 사던 시기가 있었으나 요즘은 오메기떡이 대세다.
냉동 포장을 통해서 비행기에 태울 수 있기 때문에 급속도로 제주 오메기떡의 인지도가 올라갔다.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대표떡에는 '빙떡'이 있다. 아쉽게도 서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이다. 처음 빙떡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생소했다. 혹시 내가 잘못 들었나 하고 몇 번이나 확인했다. '아니 무슨 떡이름이 빙떡이래, 얼음으로 만든 떡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무슨 떡이름이 빙떡이래, 얼음으로 만든 떡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빙떡은 빙빙 돌려 만들었다고 해서 '빙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멍석처럼 만다고 해서 '멍석떡'이라고도 하며 모양이 강원도의 메밀전병과 비슷하다.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해서 팬에 부치고 채 썰어 데쳐낸 무를 양념하고 소로 넣고 길쭉하게 말아서 만드는 제주도의 향토떡이다. 왜 하필 빙떡에 메밀가루를 사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메밀의 대표 지역은 <메밀꽃 필 무렵, 1936, 이효석>이라는 소설 덕분에 강원도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국내에서 메밀이 제일 많이 생산되는 곳은 강원도가 아니라 제주도이다. 그래서 제주도 음식에 메밀을 많이 사용한다. 작년 제주도 올레길 한 달 걷기 할 때 먹은 육개장의 걸쭉한 국물이 의아해서 식당주인에게 물었더니 제주도에선 메밀가루를 넣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제주도가 메밀 일번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며칠 전에 밀전병을 만들면서 실패를 해서 그런지 이번 메밀전병은 시범조리 때부터 귀를 쫑긋하고 집중하면서 메모를 했다. 반죽의 생명은 배합비이다. 칼국수와 만두피의 밀가루 반죽은 3:1 (밀가루:물), 밀전병과 빙떡은 1:1 (가루: 물)이다. 빙떡의 물반죽이 뻑뻑하다 싶으면 약간의 물을 추가한다.
무, 표고버섯, 소고기는 0.3cm x 0.3cm x 4 cm 채를 썰고 파, 마늘은 다지고 양념장을 준비한다. 무 양념은 파, 마늘, 소금, 깨, 참기름을 섞고, 소고기과 표고버섯 양념은 간장, 설탕, 파, 마늘, 후추, 깨, 참기름을 만들어 양념이 잘 배도록 손으로 조무락 거린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소고기, 표고버섯, 무를 순서대로 볶은 후 접시에 담아 식혀둔다.
메밀전병은 작은 오믈렛팬에 기름을 두르고 닦아낸 후 약불로 서서히 전병을 부쳐낸다. 부쳐낸 전병에 준비된 소를 넣고 빙빙 말아 접시에 쌓는다. 두 개를 말고 세 번째 전병은 좀 더 꼭꼭 싸려고 힘을 주다가 전병이 터져버렸다. 고민하다가 후다닥 내 입으로 직행했다. 출출한 오후시간이긴 하지만 절대로 배고파서 먹은 것이 아니다. 조리를 마치고 완성된 요리를 모아 품평회 시간을 가졌다.
전병의 색깔과 크기, 개수와 속재료의 두께가 심사 포인트였다. 시간 내에 제출한 요리들은 보조실습실 테이블에 놓이고 접시마다 요리선생님의 품평이 이어졌다. 불 세기에 따라서 전병의 색이 달라지고 전병의 두께에 따라 개수가 달라진다. 최소 7개~8개 정도면 적정하다는 평이다. 다행히 오늘 만든 요리는 Top3에 들었다. 점점 '한식 조리 기능사' 합격의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