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색깔 무지개색은 아니지만 녹색, 노란색, 하얀색이 층층이 쌓인 3단 백설기 색깔이 곱다. 질감이 떡이다 보니 은은한 색이 마치 파스텔로 그려놓은 그림 같은 느낌을 준다. 조선시대라면 양반집 자제들이나 받았을 듯한 고급스러운 삼층짜리 칼라풀한 떡이다. '요즘 아이들이 생일날 달달한 파리바케트 케이크대신 엄마가 직접 만든 무지개떡을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아이에게 전달될지는 의문이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엄마표 무지개떡이 '소울푸드'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엄마표 무지개떡이 '소울푸드'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생일상을 받는 아이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매년 생일 때마다 상위에 올려지는 비슷비슷한 서양식 케이크는 이제 더 이상 이벤트가 되지 않는다. 아내, 아들, 딸 생일이 3월에 모여있는 우리 집 경우에는 더 이상 생일날 케이크에 촛불을 켜지 않는다. '이 시점에 내가 성인이 된 자녀들을 위해 생일날 무지개떡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아니다!' 괜한 상상일 듯해서 바로 생각을 접는다.
무지개떡은 맵쌀가루를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들여 찜기에 쪄서 만들며 '색떡'이라고도 한다. 떡 필기시험 공부할 때 떡에 색을 만드는 재료들을 공부하기는 했지만 노란색을 물들이는 말린 '치자열매'를 본 건 처음이다. 살짝 빠아서 물을 부으니 바로 노란색 물감을 타놓은 듯한 색으로 변한다. 쑥이 들어간 쑥떡은 가끔 상계동 본가에 가면 어머님이 동네 떡집에서 하나 가득 사서 집에 갈 때 주시는 단골 선물이다 보니 익숙하다.
하지만 쑥가루를 물에 개어 떡에 색을 입히는 것은 생전 처음 해보는 작업이다. 쑥가루에 물을 부으니 생각보다 진한 쑥색이 바로 우러난다. 만약 삼색떡이 아닌 오색떡을 만든다면 분홍색과 갈색이 추가된다. 분홍색은 딸기주스 분말가루를 이용하고 갈색은 코코아 가루를 이용한다. 자연 식재료를 활용해서 떡에 색을 만든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건강한 느낌이 든다.
자연 식재료를 활용해서 떡에 색을 만든다는 것이 신기하고도 건강한 느낌이 든다
떡 위에 올린 장식으로 대추는 돌려 깎기로 씨를 제거하고 돌돌 말아 썰어서 꽃봉오리를 8개 만들고 잣은 세로로 반을 잘라 비늘잣 16개를 만들어 놓는다. 떡에 색을 입히기 위해 치자물, 녹차물을 준비한다. 쌀가루 750그램은 3 등분해서 250그램씩 소분하고 각각 소금을 2~3그램 넣고 흰쌀가루(물 3큰술)를 손으로 비벼 충분히 수분이 머금케 한 후 채에 내린다. 같은 요령으로 노란색(치자물 3큰술), 쑥색(쑥물 4큰술) 쌀가루를 준비하고 찌기 전에 설탕을 25그램씩 섞는다.
찜기에 '시루밑'을 깔고 쑥색, 노란색, 흰색 순으로 층층이 올려 편평하게 한 후 칼로 빠르게 8등분을 한다. 마지막으로 찜기에 올리기 전에 찜통을 바깥에서 눌러 떡가루와 찜기사이에 유격을 만든다. 유격은 찜을 다 찌고 나서 떡이 잘 떨어지게 하기 위함이다. 고명을 얹고 김 오른 솥에 올려 20분 정도 찐 후 불을 끄고 5분 정도 뜸을 들이면 끝이다. 뜸들이기 전에 혹시라도 장식한 대추 주위로 쌀가루가 안 익어 있는 것이 보이면 젖은 면포로 찜기의 윗부분을 덮어두면 잘 익은 무지개떡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