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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부끄, 부꾸미

부꾸미

by 소채

애당초 떡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삼식이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주말요리를 배우고 흥미가 생겨 퇴직 후 좀 더 배우기 위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재취업 기술교육원에 등록했다. 기술교육원 조리과에서 조리사 자격증을 권장했고 거기다가 더해서 한 가지라도 더 자격증을 취득하게 해주기 위해 떡제조과정을 총 5개월 과정 중에 끼워 넣었다. 덕분에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실기시험을 준비중이다.


떡제조 기능사에 출제되는 떡의 종류는 총 8가지이고 첫 번째 실습은 '부꾸미'이다. 개강초 한식요리과정 중에 '진달래 화전'을 만들어본 적이 있던 터라 찰쌀을 이용해서 팬에 지저 내는 과정이 비슷해서 제일 먼저 선정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처럼 쉽게 떡이 나를 받아주지를 않는다. 애초의 내 마음을 알아버린 듯 어떤건 타고, 또 어떤건 덜 익고, 모양도 안 이쁘고, 시간초과하고 난리가 아니다. 완성된 열두개의 부꾸미가 정말 부끄럽다.

완성된 열두개의 부꾸미가 정말 부끄럽다.




여름철 복날이 되면 삼계탕 그릇에는 항상 진득진득한 밥이 들어있었고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그 진득한 밥이 찹쌀밥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먹는 맵쌀과는 전혀 다른 태생이라는 것을 몰랐다. 단지 밥을 짓는 과정 중에 그렇게 변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생각하니 정말 어이가 없지만 별로 음식에 관심이 없어서 만들어낸 결과인듯하다. 그건 마치 중식당의 양장피가 해파리라고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다.


어찌 되었던 이제는 정확히 멥쌀과 찰쌀이 구분이 된다. 쌀(벼)의 종류가 전혀 다른 종이고 구성 성분이 다르다. 멜쌀은 아밀로오스(80%)와 아밀로 펙틴(20%)으로 구성되었고 찹쌀은 아밀로 펙틴(100%)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유관상으로는 멥쌀은 반투명하고 찹쌀은 유백색으로 구분이 되지만 아쉽게도 떡을 만들기 위해 분쇄를 해 놓으면 구분이 안된다. 떡의 종류에 따라 멥쌀 또는 찹쌀을 사용함으로 헷갈리면 떡이 망쳐버린다.




모든 떡 제조과정은 정확한 무게를 재면서 시작한다. 반죽을 만들기 위해 200그램의 찹쌀에 뜨뜻한 물(4큰술)을 넣는다. 처음에는 3큰술을 넣고 끈적이는 정도에 따라 4큰술까지 조금씩 늘여가면서 반죽을 완성해서 굳지 않도록 비닐봉지에 보관한다.


12개의 부꾸미를 만들기 위해 팥앙금 100그램은 개당 8~9그램으로 나누고 반죽 200그램은 16~17그램으로 소분한다. 장식용 대추는 씨를 빼고 밀대로 밀고 돌돌 말아 개당 4개씩으로 잘라내어 총 12개의 꽃봉오리 모양을 만들고 쑥갓은 잎을 떼어내어 24개의 장식용 잎을 준비한다.


사전준비가 다 되었으면 이제 소분된 반죽을 직경 6cm 정도로 둥글(타원형) 납작하게 빚어서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약불로 은근히 구워낸다. 원래는 팬 위에서 소를 얹지만 뜨거움으로 별도의 설탕을 살짝 뿌린 접시에 덜어내고 그 위에서 소를 올리고 숟가락으로 끝부분을 붙여낸다. 장식용 대추와 쑥갓을 붙여내면 완성이다. 완성된 부꾸미는 깨끗한 완성접시에 설탕을 바닥에 뿌리고 적정한 간격을 유지해서 올려낸다.


시험시간은 1시간이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 소분한 반죽을 빚어내는 동안 자꾸 테두리가 갈라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끄러워 보이는 부꾸미를 집에 가져가기 위해 플라스틱 통에 담으면서 제일 못생긴 부꾸미를 입안에 쏙 집어넣는다. 달콤한 팥앙금이 졸깃한 찹쌀과 잘 어울려 오물오물 씹으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 작은 희망이 꼼지락꼼지락 피어난다.


[사진] (좌) 품평회 (우) 떡 제조기능사 (임정희, 2023년, 크라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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