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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나라, 까르보 나라

스파게티 까르보나라

by 소채

이태리에서 오리지널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먹어 본 적은 없다. 단지 국내에서 먹어본 경험에 의하면 '크림소스가 가득한 느끼한 요리' 정도라고 단정짓고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는 바로 크림소스 스파게티라고 생각했다. 그 익숙한 요리가 요리수업시간에 메뉴에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레시피에 나와있는 영문을 보니 카본나라(carbonara)로 되어있다. 아니, 카본이라고 하면 '석탄'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경험을 통해 느꼈던 '느끼한 맛'과 이름에 나와있는 '석탄'이라는 단어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요리사부의 설명은 오리지널 까르보나라에는 하얀 면에 석탄이 박혀있는 것처럼 까만 통후추가 하나 가득 뿌려져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이태리 요리사가 만든 이태리 정통 동영상을 몇 편 보니, 과연 이름에서 나와 있듯이 통후추를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뿌려준다. 그리고 베이컨 대신 국내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식재료인 '관찰레(guanciale, 돼지 머리고기를 염장)'를 사용한다. 무엇보다도 제일 큰 차이는 생크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국내에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가 '크림소스 스파게티'로 둔갑한 이유가 미스터리 하다.




기술교육원에서는 요리사부의 시범을 보고 스파게티면을 8분 정도 알 덴테(al dente, 씹는 맛이 있는 정도)로 삶아서 올리브 오일을 골고루 발라놓는다. 한식에서 국수는 목 넘김으로 먹고, 양식에서 스파게티는 씹는 맛으로 먹다 보니 익히는 정도가 다르다. 스파게티면을 건져내서 벽에 붙으면 국내에서는 익었다고 하고 이태리에서는 튕겨 나와야 익었다고 한다고 하니 약간의 선호도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양식 조리 기능사 시험에서 출제되는 '스파게티 까르보나라'에도 생크림을 기본소스를 만드는 것을 보니 정통이태리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까르보나라의 화룡정점은 소스에 들어가는 달걀노른자이다. 기본소스에 농후제로 사용하기 위해 달걀노른자와 생크림 3큰술을 놓고 잘 저어 리에종(liaison, 농후제)을 만든다. 리에종은 스파게티의 완성도와 맛을 좌우한다.


완성그릇에 담아낸 스파게티에 대한 평가는 '노-굿(No Good!)'이었다. 리에종에 섞인 달걀노른자가 완전히 익어서 몽글몽글해지면서 걸쭉해졌기 때문이다. 레시피에는 분명히 베이컨 볶은 재료에 통후추, 파마산 치즈, 스파게티면을 넣고 소스가 잘 베이도록 섞고 불을 끈 후에 한 김 식히고 리에종을 넣도록 돼있다. 하지만 불을 켠 채로 넣어버렸다. "으이그! 뭣이 그리 급하다고~" 품평회가 끝나고 시식한 느끼한 스파게티는 더 느끼하게 느껴졌다.


* 표지사진은 요리사부의 작품 (내 요리 아님!!!)

"으이그! 뭣이 그리 급하다고~"
[사진] (좌) 노굿 평가받은 스파게티 (후) 평가후에 면수를 더 넣고 다시 끓인 스파게티
[사진] 레시피(양식 조리기능사 필기, 2023년, 박지형외, 일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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