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민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이 말은 네덜란드 화가 반 고흐가 <감자 먹는 사람들, 1885년>를 그리고 한 말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감자는 서민들의 대표음식이었지만 국내에 도입된 건 순조 24년(1824년)에 청나라 사람이 최초로 가져왔다는 기록이 있다.
평소에 감자를 즐겨 먹는다. 볶아 먹고, 쪄 먹고, 튀겨 먹고, 조려 먹고 여러 가지 조리법으로 함께한다. 하지만 요리를 배우면서 이상하게도 한 번도 만나지를 못했다. 한식조리 기능사 시험(31가지 요리) 어디에도 감자는 사용되는 않았고 중식조리 기능사 시험(20가지 요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던 중 결국 양식조리 실습시간에 '포테이토 크림수프'와 '포테이토 샐러드'를 만났다.
양식조리 실습시간에 '포테이토 크림수프'와 '포테이토 샐러드'를 만났다.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 (1885년, 반 고흐) _인터넷 제공
첫 번째 포테이토 크림수프와의 만남은 비극이었다. 왜냐하면 감자를 조리다가 정신줄을 놓고 태워버렸기 때문이다. 원래는 뽀얀 하얀색 크림수프이어야 하는데 수프는 이미 갈색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실습시간에 제출은 했지만 평가를 받고 바로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함께 출제된 '새우 카나페' 때문이었다.
새우를 삶고 반으로 자르고 하트 모양으로 만들다가 불위에 올려놓은 감자 조리는 냄비가 순식간에 타버려 연기가 실습실을 가득 메웠다. 나는 졸지에 쾌쾌한 까만 연기의 주범이 되고 말았다. 한식 실습 때도 비빔밥 시간에 밥을 태운 전적이 있던지라 한동안 타는 냄새만 나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수강생들이 이제는 완전히 나에게 '맨날 태우는 놈'이라는 주홍글씨를 내 등짝에 큼직 막하게 찍었다.
'그나마 시험 때 태우지 않고 실습시간에 태워서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와신상담'까지는 아니더라도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주말에 다시 도전했다. 일요일 저녁 메뉴로 '시저스 샐러드'와 ' 포테이토 크림수프'를 하겠노라고 가족들에게 선포하고 레시피를 다시 숙지하고 유튜브로 열공했다. 물론 결과는 나름(생크림이 없어 못 넣고 흰후추 대신 검은후추를 넣긴 했지만) 성공적이다. 시크한 딸아이의 입에서 "괜찮네!"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다.
시크한 딸아이의 입에서 "괜찮네!"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다.
[사진] 포테이토 크림수프 (좌) 1차(6/28, 학원), (우) 2차시도(7/2, 집)
포테이토 샐러드를 만드는데 주어지는 시간은 30분이다. 그나마 조리과정에 비하면 충분한 시간이다.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도 간단하다. 감자, 양파, 마요네즈 그리고 요리 위에 뿌려지는 파슬리와 간을 맞추기 위한 소금과 흰 후춧가루가 전부이다. 조리과정도 감자를 정육면체로 잘라서 삶아내고 양파를 다져서 마요네즈로 섞어주고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리면 된다.
물론 감자를 적정하게 익혀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런 만큼 이 요리의 성공여부는 감자를 적정하게 익혀내고 뜨거운 감자는 식은 후에 마요네즈로 머무려 져야 한다. 마요네즈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왜관상 보기 않좋음으로 욕심내지 말고 2큰술 정도만 사용해서 '묻힌 듯, 안 묻힌 듯' 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혹시라도 '월도프 샐러드'와 혼동하여 상추를 샐러드 밑에 장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상추가 보이면 바로 탈락이다. 역시 감자를 좋아해서 그런지 첫 번째 샐러드도 두 번째 샐러드도 나름 성공적이다. 역시 나는 감자를 사랑하나 보다. 앞으로도 쭉 사랑하고 싶다!
역시 나는 감자를 사랑하나 보다. 앞으로도 쭉 사랑하고 싶다!
[사진] 포테이토 샐러드 (좌) 1차 시도(6/22, 학원) (우) 2차시도(7/3, 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