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생일날이나 무슨 특별한 기념일에 어머니는 사과를 깎고, 귤을 까서 마요네즈에 묻히고 건포도를 뿌려서 새콤 달콤한 '사라다'를 만들어 주셨다. 과거에는 '샐러드(salad)'를 '사라다(salada)' 라고 불렀다. 조금 잘 사는 국민학교 친구 생일날에는 사라다에 바나나도 들어있었다. 바나나가 귀하던 시절이다 보니 아이들은 사라다에서 달콤하고 부드러운 바나나만 골라 먹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과일 사라다'를 맛보기가 어렵다. 며칠 전 방문한 서울에서 가장 비싸다는 럭셔리 호텔 뷔페에도 과일 샐러드는 없었다. 워낙 먹거리들이 풍부해져서 그런지 예전처럼 집에서 과일 샐러드를 만들어 먹지도 않는다. 그런던 중에 요리실습시간에 '사과샐러드'라고도 불리는 '월도프 샐러드(waldorf salad)'를 만났다. 이 샐러드는 뉴욕의 '월도프 호텔' 주방장이 처음으로 만들어서 호텔이름을 따서 샐러드 이름을 지었다.
뉴욕의 '월도프 호텔' 주방장이 처음으로 만들어서 호텔이름을 따서 샐러드 이름을 지었다.
양식조리기능사에서 출제되는 '월도프 샐러드'의 제한시간은 20분으로 상대적으로 다른 요리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다. 그만큼 사용되는 재료도 간단하고 조리법도 간단하다. 하지만 복병이 있다. 지급재료 중에 속껍질이 그대로 있는 호두(2개)의 속껍질을 따뜻한 물에 불린 다음에 이쑤시개로 깨끗이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제거하려면 시간이 꽤나 소요된다.
물에 불리는 동안 다른 재료 손질을 끝내야 한다. 그리고 남은 나머지 시간에 모든 재료를 버무리고 보기 좋게 플레이팅 해야 한다. 하지만 불린 호두를 움켜잡고 온신경을 뾰족한 이쑤시개 끝에 집중하고 '살살살' 벗겨내려 하지만 초점이 잘 안 맞는다. 껍질이 벗겨지다가 자꾸 끊어진다. 그래도 안쪽면은 좀 낫지만, 바깥쪽 주름 부분은 인내성의 한계를 가져온다. 씩씩거리면서 침침한 눈을 부릅뜨고 혈압을 높여가며 겨우겨우 벗겨낸다.
양상추는 찬물에 담가 싱싱해지도록 하고 호두는 물을 끓여 따뜻한 물에 10분 정도 담가 속껍질을 부드럽게 불린다. 주재료인 사과는 사방 1cm 주사위 모양으로 잘라 변색이 되지 않도록 레몬즙을 탄 물에 담그고 레몬 껍질을 물 위에 띄워 놓는다. 레몬 껍질을 버리지 않고 물에 띄워놓는 이유는 양식조리기능사 시험 때 시험평가위원에게 '레몬을 사용했습니다.'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함이다.
셀러리는 섬유질 껍질을 벗기고 사과와 같은 크기로 썰고 물에 불린 호두는 이쑤시개로 완전히 벗기고 썰어둔다. 월도프 샐러드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과물기를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과를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마른 면포로 남은 물기를 제거한 후에 셀러리, 호두와 함께 마요네즈를 넣고 버무린다. 마지막으로 소금과 흰 후춧가루를 넣어 맛을 내고 완성접시에 양상추를 깔고 샐러드를 소복이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