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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용 수프인가요

비프 콩소메 (Beef Consomme)

by 소채

전 세계에서 식사할 때 국이나 탕을 함께 먹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서양 음식문화에 비해 한국, 중국, 일본의 음식문화에는 국이나 탕이 상대적으로 발전되었고 특히 세나라 중에서도 유독 대한민국의 국,탕은 독보적이다. 우리 아버지들은 식사 때 국이 없으면 밥을 드시지도 않았다.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지기는 했다. 패스트푸드가 판을 치고 모두 바쁘다 보니 먹는 것도 점점 간소화되고 있다.


거기다가 매일 국을 먹는 것이 몸에 안 좋다는 몇 차례 방송 이후에 '국'을 고집하는 추세가 약간 누그러지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이나 탕을 먹으면 한국인의 DNA는 활성화가 되어 몸이 개운해진다. 뜨거운 북엇국을 먹으면서도 '국물이 시원하다.'라는 표현까지 쓴다. 어린 시절부터 설렁탕, 해장국, 추어탕을 철마다, 해마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먹었다. 지금도 오랜 친구들과 해장국에 소주 한잔이면 '만사가 오케이'이다.




국과 탕을 평생 함께 해온 내가 만난 '비프 콩소메'는 혹시 몰래카메라를 찍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아무런 건더기도 들어가 있지 않은 갈색의 맑은 국물이었다. <벌거벗은 임금님 >라는 동화에서 나오는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옷'처럼 혹시 '배고픈 사람에게 보이는 요리' 인가 싶기도 했다.


콩소메는 프랑스의 맑은 수프 요리이다. 브라운 스톡(육수)에 쇠고기, 머랭(달걀흰자를 거품 낸 것), 미르포아(양파, 당근, 셀러리)를 넣고 푹 끓인 국물을 헝겊으로 걸러내어 맑게 하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국으로 먹기도 하지만, 다른 국물 요리의 베이스로 더 많이 사용된다. 요리 사부의 말에 의하면 '수프의 여왕'이라고도 하지만 국내 사람들은 거의 먹지를 않는다. 왜냐하면 국내에는 막강한 '설렁탕'이 있기 때문이다.

콩소메는 프랑스의 맑은 수프 요리이다.




토마토는 끓는 물에 데쳐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다지고 수프의 색깔을 내기 위해 '어니언 브루리(onion brulee)'를 만든다. 양파를 링모양으로 1센티미터 두께로 썰어 팬에 구워낸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태워낸다. '미르포아(mirepoix, 양파, 셀러리, 당근)를 얇게 채 썰어 놓고 소고기(간 것)는 핏물과 기름기를 제거하고 잘게 다진다. 머랭을 만들고 거품이 일어나면 야채와 소고기를 섞어 조심스럽게 버무린다.


냄비에 물(3컵)을 붓고 어니언 브룰리(탄 양파)를 넣고 살짝 육수 색깔 변화를 확인하고 끓기 전에 머랭 혼합물(머랭, 야채, 소고기), 토마토와 향신채(파슬리, 월계수, 정향, 통후추)를 넣고 약불에서 은근히 끓여낸다. 보통 프랑스 식당에서는 8시간 정도 끓이나 양식 조리기능사 시험에서는 총 시험시간 40분에서 20분 정도 끓인다. 이 수프의 성공여부는 맑은 정도이다. 혹시라도 탁하게 되면 실패다.


마지막 단계는 수프를 깨끗한 면포에 거른 후 잠시 두었다가 식히면 윗면에 하얀 막이 형성이 된다. 그때 다시 한번 면포로 걸려주고 소금으로 간을 해서 최소 200ml 이상을 그릇에 담아내고 맛을 본다. 머릿속으로는 고급지다는 단어를 떠오르려고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심심한 육수 맛이다. 갑자기 냉면 먹을 때 주는 뜨겁고 찐한 육수가 당긴다.

갑자기 냉면 먹을 때 주는
뜨겁고 찐한 육수가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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