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실식에 출근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매주 담당업무가 로테이션되다 보니 이제야 한 바퀴를 돌았다. 생소했던 일들이 조금씩 퍼즐조각처럼 맞춰지기 시작하면서 '아, 이래서 그 일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마치 조그만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서 거대한 기계가 움직이는 것처럼 모든 일들이 맞물려 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총 12명(영영사 1명, 조리원 11명)이다.
마치 축구팀 한 팀이 구성된 듯한 인원수이다. 영양사가 감독이라면 조리원은 필드를 뛰는 축구선수이며 조리장은 주장의 역할을 하듯이 조리를 리딩한다. 하루 식수인원은 약 1,500명이고 식당배식이 아니고 교실배식이다 보니 별도의 덤웨이터(dumbwaiter, 화물용 승강기)를 이용한다. 최종적으로 음식이 배송되어야 할 곳은 54군데(초등학교 45개 반, 유치원 4개 반, 기타 5개소)이다.
최종적으로 음식이 배송되어야 할 곳은 54군데이다.
캠핑을 가면 코펠에 밥을 짓고, 가정에서는 전기밥솥을 사용하지만 급식소에서는 '취반기(rice cooker, 밥을 짓는 그릇) '를 사용한다. 취반기는 2대가 운영되고 대당 2열로 구성되어 총 4 열이며 각 열마다 14개 층으로 구분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총 56개(2x2x14)의 밥판을 동시에 조리할 수 있다.
밥판은 직사각형으로 생긴 스테인리스통으로 밥판마다 철판으로 된 뚜껑이 있다. 밥을 많이 먹는 반은 별도로 뚜껑에 라벨을 붙여서 다른 반보다 쌀을 더 많이 붓는다. 취반기의 각 열은 실제로 학교 건물과 매칭된다. 첫 번째 열은 건물 1층(1학년 6개 반, 유치원 4개 반, 기타 3), 두 번째 열은 건물 2층(2학년 7개 반, 3학년 6개 반), 세 번째 열은 3층, 네 번째 열을 4층, 이런 식이다.
아침 업무(이번주는 '밥' 담당)가 시작하면 새벽 당번이 불려놓은 쌀(보통 90kg 정도)을 대야 3곳에 옮겨 담는다. 이어서 대야에 담긴 쌀을 54개의 식판에 차례로 커다란 국자로 퍼담는다. 이때 학년과 반에 따라 쌀의 양과 물의 양을 맞추는 것이 '노하우'다. 보통 이 작업은 국담당자와 함께 2인 1조로 한다. 한 명은 밥판을 꺼내고 넣고를 하고 다른 한 명은 쌀과 물을 담는 역할을 한다.
학년과 반에 따라 쌀의 양과 물의 양을 맞추는 것이 '노하우'다.
밥 판 54개에 쌀을 담은 후 취반기 전원을 올리고 '조리' 버튼을 누리면 밥 짓기가 시작된다. 밥 짓기가 완료되면 취반기를 열어 식판 뚜껑을 각 밥판 위에 끼어 넣고 최대한 보온을 유지하기 위해 기다린다. 시간이 되면 순서대로 밥판을 배송 캐리어에 옮긴다. 이때 유치원과 1층은 엘카('L'자형 캐리어)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국통과 함께 층별로 13개씩 밥판을 케리어를 이용해 덤웨이터 앞에 대기를 시키면 오전일과가 끝난다.
오후에는 세척작업을 한다. 이번주 담당은 '수저&젓가락'이다. 오전에 각 반에 배송된 점심식사가 끝나면 함께 공급된 주방기구(식판, 집기류, 수저, 젓가락, 밥 판, 국통) 등이 다시 급식실로 회수된다. 그때부터 다시 오후의 바쁜 일상은 시작된다.
천오백 명이 동시에 사용하는 수저는 1,5000개, 젓가락은 3,000개이다. 혼자 담당하기에는 벅차다. 그래서인지 선배 조리원들이 틈날 때마다 '알바(다른 담당업무를 도와주는 것을 말함)'하러 온다. 아쉽게도 아이들이 사용하는 수저와 젓가락은 모든 같은 종류가 아니다. 작은 사이즈는 저학년용이고 큰 사이즈는 고학년용(5학년, 6학년)이다. 그러다 보니 배송된 수저와 젓가락은 다시 사이즈별로 나뉘어서 총 4군데로 분류된다.
각각은 세제로 세척하고, 물로 헹구고, 깨끗한 물로 다시 헹군다. 그렇게 세척된 수저와 젓가락은 빵빵이(구멍이 숭숭 뚫린 대야)에 담아 끓는 물에 넣어 소독한다. 소독된 수저와 젓가락 그리고 수저통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지고 수저와 젓가락을 담는 작업이 시작된다. 고학년용 수저통 세트(18개)와 저학년용 수저통 세트(27개)는 수저와 젓가락을 따로따로 담아 겹쳐서 하나로 완성된다.
수저통 세트를 만들려면 1차로 수저와 젓가락을 분리하고 2차로 고학년과 저학년을 구분해야 한다. 수저 개수는 반별로 구분이 헷갈림으로 일괄적으로 34를 넣는다. 저학년용은 여기에 선생님용으로 어른 수저&젓가락 2개씩을 추가한다. 반면 젓가락은 일일이 세지 않고 저울로 무게를 재서(1,320그램, 수저통포함) 담는다. 개수대로 담긴 수저통과 젓가락통은 합체되어 소독고에 넣으면 하루일과가 끝난다. 삭신이 좀 쑤시기는 하지만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