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탕, 찌개 뭐든지

02.국 만들기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by 소채

유럽 급식실에도 국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국'은 우리의 고유한 음식문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이 외국에 나가면 '수프(soup)'라고 번역은 되지만, 엄연히 다른 음식이다. '국'과 비슷한 음식으로는 '탕', '전골', '찌개'가 있다. 실 생활에서는 구분이 되지만 설명을 하라면 쉽지 않다.


'국과 탕'은 물이 많고 건더기가 적다. 주로 국물을 먹는 요리로서 짧게 끓이면 국이고 오래 끓여서 우려내면 탕이다. 보통 명절 때 탕을 먹는다. '전골'은 육수가 적고 건더기가 많아 건더기를 건져먹고 국물을 먹는다. 다만 끓이지 않은 상태에서 상에 올려 손님이 끓여 먹는다.


찌개는 전골처럼 육수가 적고 건더기가 많지만 완성된 상태에서 상에 올린다는 것이 전골과 다른 점이다. 또 다른 구분법으로는 내가 혼자 먹느냐 아니면 함께 나눠 먹느냐에 따라서 구분된다. 국과 탕은 온전히 내 것이며 전골, 찌개는 내 것이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이다.




새벽에 배송된 멸치, 디포리 그리고 다시마는 육수를 위해 사용된다. 요리학원에서 배울 때 사용하던 양과는 차원이 다르다. 멸치와 디포리는 구멍이 숭숭 뚫린 '업소용 스텐 멸치통'에 붓고 뚜껑을 닫고 국솥에 빠뜨린다. 통에 몇 마리가 들어가는지는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수백 마리 정도는 되어 보인다.


조리실에 처음 배치를 받았을 때는 멸치와 디포리(밴댕이)를 구분하지 못해서 '웬 멸치가 이다지도 큰 건가'라고 생각했었다. 나중에서야 그것이 멸치와는 다른 디포리인 것을 알았고 인터넷을 뒤져서야 디포리가 밴댕이라는 것을 알았다.


멸치 육수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라면, 디포리 육수는 더 무겁고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에 급식실에서는 섞어서 함께 육수 내는 데 사용한다. 다시마는 국솥에 넣기 전에 흐르는 물에 하나하나 세척을 한다. 왜냐하면 겉에 붙은 소금기를 제거하는 이유도 있지만 표면에 달라붙을 수 있는 어패류도 제거하는 목적이 크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먹을 때 불순물을 파리 사채로 오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육수가 우러나면 멸치통을 건져내고 커다란 굵은 망 뜰채로 다시마를 건져내고 다시 가는 망 뜰채로 혹시라도 있을 찌꺼기를 건져낸다. 여기에 야채를 송송 썰어 넣기도 하고 고기나 생선을 넣기도 해서 국, 탕, 찌개를 뭐든지 만들어 낸다.




점심식사후에 오후가 되면 세척작업에 돌입한다. 이번주 오후 세척작업은 '밥판 닦기'이다. '아깝다, 아까워~' 혼잣말로 밥판에 남아있는 밥을 고무장갑 낀 손으로 긁어내서 잔반용 소쿠리에 던져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53개의 밥판이 회수될 때 밥을 남겨서 급식실로 돌아오는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도 아이들이 밥을 맛있게 잘 먹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회수된 밥판은 바로 뜨거운 물이 담긴 사각통에 입수시킨다. 외부에 오랫동안 방치되면 밥알이 딱딱하게 굳어져서 세척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에 살짝 담가졌던 식판을 수세미로 박박 문지른다. 말 그래로 온 힘을 수세미가 깔려있는 손바닥에 집중하고 체중을 실어서 문지르면 반짝반짝한 밑면이 드러난다.


그다음 단계는 흐르는 물에 세척해서 취반기에 뒤집어서 꽂으면 끝이다. 중간에 잔반용 소쿠리가 가득해지면 얼른 건물밖 잔반통에 버리고 와야 한다. 모든 밥 판 세척이 끝나고 나면 주변에 밥풀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테이블 위에 물을 뿌리고 바닥에 떨어진 밥풀까지 물청소로 트렌치 속으로 밀어 넣으면 하루 일과가 종료된다.


오후의 메인 세척작업인 밥판세척이 끝나면 전단계인 '젓가락&숟가락 세척'을 보조해서 숟가락을 수저통에 넣는 작업을 돕는다. 어른용은 35벌(학생용, 선생님용 포함), 저학년용은 34벌(학생용)+2벌(선생님용)이다. 숟가락까지 모두 수저통에 넣으면 진짜 끝이다. 이번주도 이렇게 보람찬 한 주를 보낸다.

[사진] 가스 스팀식 대용량 국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