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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명동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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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Sep 01. 2024

명동밥집, 화구 앞으로

명동밥집 봉사(닭갈비볶음)

뜨거운 화구 열기로 인해 등줄기에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이 땀이 장딴지를 타고 조리실 바닥에 스며든다. 벌써 8월 마지막 주지만, 아직도 한낮의 바깥온도는 30도를 넘어선다. 운동장에 설치된 간이텐트 식당 안의 온도도 만만치 않지만, 화구 앞의 온도는 그보다 더 후끈 달아올랐다. 다행히 중간중간 틈이 날 때마다 조리실에 설치된 에어컨 송풍구에 머리를 딜이 밀고 체온을 낮췄다.


땀이 장딴지를 타고
조리실 바닥에 스며든다.


애당초 명동밥집 봉사신청을 할 때부터 조리실을 지원했다. 평생을 식당에서 근무한 요리사는 아니지만, '삼식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배운 '요리 기능사 자격증' 덕분에 당당하게 조리실 배치를 신청했다. 하지만 1차, 2차, 간이 텐트 식당에서 일반 봉사를 하고 나서야 드디어 조리실로 배치를 받았다.




딩동~, 핸드폰 문자가 도착했다. '내일 주방에서 요리도와 주시고 8시 40분까지 주방으로 바로 가주세요. 감사합니다.' 격주로 참가여부를 신청하고 나서 봉사단체 담당자로부터 봉사일 전날, 전달받은 메시지다. 일반 봉사자들은 9시 30분경에 모여서 봉사가 시작되지만, 주방 봉사는 그보다 1시간 일찍 음식준비가 시작된다.


8시 40분까지
주방으로 바로 가주세요.


주방에 도착해서, 고무장화, 비닐 앞치마, 고무장갑, 마스크, 비닐모자를 갖춰입고 완전무장을 끝냈다. 하나둘씩 조리실 봉사자들이 모두 모이고, 다함께 '기도'로서 봉사를 시작했다. 나를 포함해서 조리실 첫 봉사자들이 몇 명 있었으나 나이 지긋하고 성격 좋게 생기신 조리실장님의 지도아래  일사불란하게 메뉴들이 하나씩 준비되었다.




오늘 조리해야 할 메뉴는 '닭갈비 볶음'이다. 낯선 주방에서의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초등학교 급식실 경험 덕분인지 조리실 환경에 급방 적응하고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여 주었다. 종이박스에 담긴 비닐포장지를 해체하고 커다란 원형 용기에 '닭 순살'을 나누어 담고 팔팔 끓는 대용량 솥에 차례로 부었다.


오늘 조리해야 할 메뉴는
'닭갈비 볶음'이다.


데쳐진 닭고기는 다시 원형 용기에 담고, 본격적으로 닭갈비 조리를 시작했다. 식용유를 붓고, 대파, 생강과 마늘 간 것을 넣고 볶아서 대파향이 가득한 파기름을 만들고 미리 숙성시킨 고추장 양념과 물을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여기에 당근, 감자, 닭고기, 미니양배추를 순차적으로 넣고 떡볶이 떡과 채썬 양배추와 깻잎, 액젓을 넣고 마지막으로 카레가루를 물에 개어 골고루 뿌려준다.


닭갈비의 칼칼한  향이 코를 찌를 때쯤, 맛보기를 해본다. 매운 톡 쏘는 맛이 혓바늘을 강타한다. 그러면서도 뭔지 모를 약간 허전한 느낌이 들어 멸치 액적을 몇 국자 더 넣어 맛을 보충한다. 봉사가 끝나고 점심식사 후에 잔반통을 슬쩍 보니, 닭갈비 잔반이 거의 보이 지를 않는다. 조리실 첫 봉사에 기쁨이 더해진다.


조리실 첫 봉사에
기쁨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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