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등산 생활

뭐 굳이, 성산일출봉

올레길 1코스(시흥초교~광치기해변)

by 소채

'뭐 굳이, 성산일출봉을 올라가야 하나?' 그 소리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벌써 10km를 걷고 난 후였다. 멀리서 찍은 사진들이 더 멋지게 나온다는 말이 스스로에게 더 위안을 준다. 애당초 성산일출봉을 올라갈 생각도 없었지만 한참을 떨어진 광치기 해변 유채꽃밭에서 성산일출봉을 뒷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어찌하다 보니 더 명분을 만들어 준다.


'뭐 굳이, 성산일출봉을
올라가야 하나?'


1코스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 근처 유채꽃밭에 서서 사진 한컷을 남겨본다. 샛 노란 유채꽃들이 흩날리는 2월 초 겨울 날씨에 검푸는 성산일출봉의 색감과 눈부시게 푸른 하늘이 노랑을 더 노랗게 만든다. 사진을 찍고 나니 올레길 후에 갈아 신은 삼선 슬리퍼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왠지 제주도 동네 주민이 마실 나온 느낌이 들어 더 마음이 편안해 진다.




한 달 전에 급하게 제주도 올레길 걷기가 결정되었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부부와 서울 외곽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였다. 4년 전에 퇴직을 하고 제주도 한 달 걷기를 했던 나로서는 '스페인 산티아고 걷기'는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던 터라,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올레 걷기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냥 우연히 던진 내 한마디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평소 올레길을 눈여겨보던 친구와 그의 아내는 바로 '콜'을 했고,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도 같이 가겠다고 응수를 했다. '어~~~~,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지만 이미 되돌리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4명의 멤버는 비행기 티켓팅을 하고, 일정을 짜고 올레길 코스를 정해 한 달 뒤에 제주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올레 1코스 시작지점인 시흥초교를 조금 지나서 올레 안내소를 만났다. 전문가이드처럼 보이는 여성분이 창문너머 반갑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무겁던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 준다. 친구부부가 파란색, 분홍색 올레길 패스포트에 각각 사인을 하고, 스탬프를 찍고 나서 가파른 말미오름을 시작한다.


오르는 길에 '오름'과 '산'의 차이에 대해서 갑자기 논쟁도 벌여본다. 힘들면 '산' 이요, 덜 힘들면 '오름'이라는 주장이 대세론이다. 하지만 분명히 '오름'도 '산'과 마찬가지로 힘든건 사실이다. 급한 마음에 AI(구글 제미나이)에게 물어봐도 그 대답이 시원하지 않다.


시흥초교에서 시작해서, 말미오름(1.8km), 알오름정상(2.8km), 종달리 옛 소금밭(6.5km), 목화휴게소(8.1km), 성산갑문 입구(11.1km), 터진목 4.3 유적지(14.5km)를 거쳐 광치기해변(15.1km)을 무사히 마쳐본다. 다리가 뻐근하지만 지난번 걸을 때보다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지난번 걸을 때보다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사진] 제주도 올레 1코스(올레 안내소, 간세, 종달미소 식당, 목화휴게소 앞마당 오징어, 성산일출봉, 유채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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