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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Aug 30. 2022

프랑크 슐츠의 ‘예술 발견!’을 사진적 관점에서


 이 책은 사진이라는 매체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예술의 광범위한 범위에서 우리가 예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예술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사진의 관점에서 이 책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들은 간혹 “이런 것도 예술이라고? 이건 나도 하겠다!” 의문이 드는 작업을 마주칠 때가 있다. 예술가가 되는 것은 그가 만든 물리적 결과만의 문제는 아니다. 예술가가 자신의 행위에 결부시키는 의미와 관련된 문제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행위를 통해 개인적 차원을 넘어 모든 사람들과 관련한 발언을 한다.

 그렇다면 무얼 하면 예술이 될까? 가장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을 벗어나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물리적인 방법을 넘어서서 자신만의 주제를 가지는 것도 자기만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같은 사진을 여러 장 뽑아 그 위에 매번 다른 그림을 그리는 오버 페인팅 기법을 사용한 아르눌프 라이너의 ‘자화상(1972-3)’,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만 쓰는 사진 인화 원리로 작업하는 척 클로스의 ‘존(1974)’은 사진적 특징을 잘 활용한 회화작품이다. 이런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언제부터 회화 작업과 사진 작업에 교집합이 생겼을지 궁금해진다. 1800년대, 사진은 회화의 영역에서 기술적인 보조 장치로 쓰이며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회화 작가들은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했는데, 이를 이용한 작업은 단순한 재현이나 베끼는 걸 위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진을 활용하게 됨으로써 작가는 모사를 위해 노력하던 것에서 벗어나 개성을 추구할 여지를 갖게 되었다. 모사 원본으로 사진을 이용하거나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진은 회화의 영역에서 이용됐다. 시간이 흘러 근대의 작품에서도 여전히 그 양상을 볼 수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포토 콜라주 ‘페어 블로섬 하이웨이(1986)’를 보면 그에게 사진 작업은 카메라로 그리는 것과 같았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이 포토 콜라주를 통해 시간을 중첩시키고 다수의 시간대를 재현한다. 그렇게 작품을 통해 만들어지는 시간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며 흥미를 이끈다. 그리고 시간은 더 흘러 사진과 영상, 컴퓨터를 이용하기까지 인류의 예술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특히 컴퓨터를 사용한 예술작품은 카메라를 사용하진 않지만 사진적 요소를 충분히 갖췄기에 사진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사진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넘어 총체예술로 나아갈 수 있다. 더해서 알렉산더 라즐로의 색광 음악 ‘내가 색에서 느끼는 화음의 예’를 보면 공감각적인 감각까지 느낄 수 있다. 우리들은 색을 들을 수 있고 음을 볼 수도 있다. 색에서 냄새와 맛까지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공감각적인 사례도 사진과 결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장르를 총체예술로 나아가도록 하기 전, 사진만이 가지는 특징을 잘 파악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다른 예술과 차별화되는 사진의 특징 중 하나는 복제성이다. 사진은 보통 사진작가가 직접 작업한 오리지널 인화인 ‘빈티지 프린트’와 네거티브 필름을 가지고 추가 인화하는 ‘모던 프린트’로 나뉜다. 작가 본인이 직접 인화한 작품이 유일본이 되도록 네거티브 필름을 파기하는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우린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사진 이미지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쉽게 복제하고 저장할 수 있으며 실물이 아닌 가상으로만 존재하고 이는 컴퓨터 확장명으로 표시된다. 이 디지털 자료는 복사해도 계속 동일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무한정 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원본 개념이 없는 것이다. 요즘은 임의로 원본을 작가가 지정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와 같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사진적 특징까지 잘 파악하고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예술 분야 중에서도 사진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성이 좋다. 항상 들고 다니는 핸드폰에도 카메라는 필수로 달려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사진을 단순히 기록하는 도구가 아닌 예술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기 위해서 사진만이 가지는 장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사진은 회화보다 제약이 많다. 실제 존재하는 대상을 소재로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지는 장점도 있다. 나의 생각을 회화보다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다. 대신 대상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을 찍는 행위보다 그 전 단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작가가 아닌 이상 대다수의 사람들은 직관적이고 빠르게 사진을 찍어낸다. 결과물이 빠르게 완성되는 것은 사진의 장점 중 하나다. 그래서 난 사진을 만들기 전에 생각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보는 눈을 키우도록 돕고 싶다. 모든 작품은 작가가 부여한 의미를 지니지만 그 의미만 지니지 않는다. 작품은 작가의 품에서 나오면서부터 더 많은 의미의 살을 덧붙이게 된다. 그게 바로 작품을 만드는 큰 재미요소다.

 이 책은 예술에 관한 지식을 좋은 의미에서 넓고 얕게 알려주는 책이다. 예술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예술가에게 물어도 굉장히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예술이 조금은 친밀하게 느껴질 것이다. 특히 나는 사진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진적 관점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하나의 장르를 사랑하지만 그 장르가 결코 독단적인 장르가 아니며 모든 예술은 하나의 길로 통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예술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꼭 한번 친해지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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