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 똥차가고 벤츠왔습니다.
한 점의 눈송이 정도가 시리게 얼굴에 내려앉는, 부산답지 않게 아주 추운 날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빛나고 친숙한 캐롤이 울려퍼지는 남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그날따라 무심하고 가시돋힌 말들을 내뱉는 상대에게, 저는 조심스레 서운함을 토로했어요. 하지만, 그는 제 서운함을 달래진 않고, 갑작스레 저에게 이 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웬 책인지 어이없기도하고, 상처 입은 마음에 그가 미웠지만 책엔 이상하게도 마음이 끌렸습니다.
차갑고 서툴었지만, 여리고 깊었던 나름의 방법으로 저를 사랑했던 그는, 어느 날 아무일도 없었던 듯 잘 지내냐는 짧은 연락을 보냈습니다. 그 연락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태국에선 잘지내고 있을 나의 소중했던 친구) 대신 마침내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어요. 어쩌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무언가 답을 찾을 수 있을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본 책의 원제목은 "Becoming the One"입니다. 영어권에서는 흔히 "Find the one"- 내 사람, 운명, 반려자를 찾는다는 말을 씁니다. 하지만 이 책은 누군가를 찾기에 앞서, 스스로 The One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종종 '결국 인생은 혼자야'라며 마음을 최대한 차갑고, 단단하게 얼리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선 다른 사람이 저의 'The One'이 되어주길 원했던것 같아요. 어릴 적 감동했던 이야기들처럼요. 백마 탄 왕자가 초라한 신데렐라를 공주로 만들어주는 그런 서사에, 콧방귀 뀌었지만서도, 잔상이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었나봐요. 가끔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는 삶에서 구해줄 사람이 어딘가에 있진 않을까하는 절박함에 마음 한 귀퉁이가 젖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으로의 단단한 독립을 꿈꾸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외롭고 공허함을 느꼈습니다. 당시에는 그 텅 빈듯한 공허함의 원인을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스스로 충분하다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한 구석이 빈 것 같은 감각을 느껴왔던 것 같아요. 벌레가 파먹은 사과처럼요. 그래서 누군가가 이런 부족한 나를 채워주기 갈망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게 거는 기대가 컸고, 기대와 다르면 목적지를 눈 앞에서 잃어버린 실망감을 느껴야했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있으면 모든게 해결될 것 같은 환상에 괴로웠습니다. 그 때 이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이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Home is not another person or a place outside of you. Home is the love you have within you. It is the remembrance that you are already complete. Yes, even with your wounds. Even with the scars from your past. " 집은 누군가나 다른 장소가 아니라, 내 마음에 있는 사랑이라는 것. 내 상처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 온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라는 것.
이 구절을 보고 저는 처음으로 제 안에 있는 스스로를 향한 사랑, 제 삶을 향한 사랑이라는 집에 머물고 싶어졌습니다. 그곳이 제가 찾아 헤메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사과 속 깊고 단단한 씨방같은 장소였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채워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토록 찾아헤매던 저를 채워줄 사랑이 사실 제 마음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이상 백마탄 왕자님이 구해주는 사랑을 마음 한구석에서나마 원하지 않게 되었고, 저 자신이 삶의 중심이자 운명이라는 것을,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후회가 있었고, 제 선택이 미운 순간들로 자책했습니다. 제가 너무 미웠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저 자신을 단 한번도 포기한 적 없었습니다. 이번생은 돌이킬 수 없게 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좌절감, 손은 많이 갔지만 빛이 나지 않았던 결과, 더이상 알은체 할 수 없는 인연들, 변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 통념에 숨었던 시간, 모양은 아름답지 않더라도 저의 삶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느꼈던 열망의 다른 모양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그 어떤 망가진듯한 순간에도, 저는 온전한 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날개가 돋힌 기분이 들었습니다. 잘나고 완벽한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서툴었고 실수도 후회도 많이했지만, 언제나 제 마음에 충실했고, 스스로를 지키려 애썼던 자신이 고마웠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제 감정과 욕구를 좀 더 소중히 대하고, 제 몸과 마음을 신뢰하고, 저의 자원을 귀하게 여기자 다짐했습니다.
앞으로의 시간이 조금 덜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비단길이 아니겠지만 - 저 자신만은 제가 어떤 생김새이건, 더이상 젊지 않아도, 늙고 병든다 해도, 어떤 직업을 가졌건, 돈이 얼마나 있던, 어디에서 살아가건, 반복해서 실수하고, 실패한다해도, 아무도 내 편이 아니라해도 - 자신을 버리지 않고 자갈길을 함께 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슷하지만 하나 더 공유하고 싶은 구절입니다. "Our wound will tell us we have to work to be loved. Our worth knows that love is our birthright." 우리의 상처는 사랑받기위해 더 노력해야한다고 말할 것 입니다. 우리의 가치는 사랑이 우리의 타고난 권리라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세상을 헤쳐나가는데 온 정신이 팔려있기도하고, 더 중요한 일이 많아서 내면을 들여다 보는 일은 가장 나중이 되는것 같기도 하지만, 저는 그래도 가끔은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번쯤은 자기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것도 좋구요. 어쩌면 그토록 바라던 것이 아주 가까이 있을수도 있으니까요. 원하신다면, 본인이 그리는 운명같은 사랑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저도 운명같은 사랑을 하며 살아가볼게요. 이번엔..진짜로 다를 것 같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3349381
https://www.amazon.com/Becoming-One-Transform-Relationship-Patterns/dp/1797211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