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by 이만희

저는 살아내는 것 외에는 달리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넘어지면 울고, 다시 일어나 울며,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또 하루를 건너왔습니다.

장애와 상실, 외로움은 제 곁을 떠나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시는 제게 삶을 견디게 한 또 다른 숨이 되어주었습니다.

민들레 한 송이가 바람 속에서도 꽃을 피우듯,

저 또한 꺾이고 상처 입으면서도 다시 살아나야 했습니다.

누군가의 사랑이 저를 지켜주었고,

기다림이 저를 버티게 했으며,

시는 그 모든 순간을 기록해 주었습니다.

아들의 입영식에서 눈물로 쓴 축복도,

딸의 미소 속에서 느낀 환한 기쁨도,

술 취한 맹인이 헤매는 외로운 밤길도,

모두 제 시의 언어가 되어 세상과 마주했습니다.

저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속에서

시를 쓰며 다시 살아나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삶은 찰나의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순간을 붙잡아 기록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젊어지고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시집은 끝내 삶을 사랑하려는 제 고백이며,

어느 길 위에 서 있든,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따뜻한 숨결이 되어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