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의 기억

단편소설

by 이만희

매일 아침 여섯 시, 종수는 공원으로 향했다. 새벽의 공기는 아직 차가웠고, 나무 사이로 내리는 빛은 안개처럼 흩어졌다.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가 있었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여자, 수연이었다. 개는 종수를 기억하는 듯 꼬리를 흔들었고, 수연은 미안한 듯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몇 번의 인사 끝에 두 사람은 함께 걷기 시작했다. 반복된 만남은 마침내 습관이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연은 여행을 간다며 종수에게 개를 맡길 수 있겠느냐 물었다. 종수는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그러나 약속한 날,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흘러도 연락은 닿지 않았다. 개는 현관 앞에 웅크려 낑낑거렸고, 종수는 불길한 기운을 떨칠 수 없었다. 은하수 아파트 108동 101호 앞에 서 보았으나, 차마 초인종을 누르지 못했다.

며칠 후,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여성 피살 사건 발생. 피해자는 은하수 아파트 주민 김수연. 종수의 심장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손끝까지 얼어붙은 채, 그는 무언가 빠져나간 자리를 느꼈다.

그날 밤, 편의점 앞에서 마주친 중년 남자를 향해 개가 미친 듯 짖어댔다. 며칠 뒤, 같은 광경이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종수의 아버지를 향해 개가 날카롭게 울부짖었다. 종수는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다. 개가 짖는 대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배달 아르바이트로 이어가던 생활은 서서히 흔들렸다. 개 때문에 이웃과 갈등이 생겼고, 종수의 불안은 날마다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원룸촌의 낡은 빌라로 배달을 갔을 때였다. 초인종을 누르자, 안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종수는 몸이 굳었다.

“종수 씨…?”

문이 열리고, 그곳에 서 있는 이는 분명 죽었다고 알려진 수연이었다.

수연은 스스로 사라져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죽은 흔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떨리는 손, 지워지지 않은 멍 자국, 낮은 목소리의 고백. “나는 결국 아버지를 죽이려 했어. 치킨에 약을 타서….”

종수는 그녀를 안아 주었다. 두 사람은 바닷가로 도망쳤다. 모래 위를 걷는 동안, 파도 소리가 삶의 무게를 잠시 잊게 했다. 수연의 얼굴에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그 순간조차도 불안은 바람결처럼 따라붙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수연의 아버지가 그들을 찾아냈다. 욕설과 폭력, 그리고 돈을 요구하는 손길. 그날 밤, 수연은 끝내 칼을 들었다. 한순간, 공기는 철냄새로 가득 찼다. 종수는 피 묻은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눈을 감았다.

경찰의 사이렌이 다가왔고, 개는 철문 앞에서 끊임없이 짖었다. 마치 증언이라도 하듯, 그 울음은 진실을 드러내는 듯했다. 수연은 체포되었고, 종수는 교도소의 면회실에서 다시 그녀를 만났다. 철창 너머, 개는 꼬리를 흔들며 여전히 그녀를 알아보았다. 수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세월이 흐른 뒤, 수연은 출소했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으나, 그녀를 기다리는 이는 여전히 있었다. 종수와 반려견, 그리고 함께 나아가야 할 길. 개의 짖음은 이제 두려움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억의 증언이었다. 죄와 속죄, 사랑과 상처를 모두 안은 채,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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