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위한 독서

by 이만희

교사로 살아오면서 나는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저마다 다른 눈빛과 다른 이야기를 지닌 아이들 속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곤 한다. 그것은 세상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이다. 그러나 그 호기심이 때로는 방향을 잃고 흩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길은 ‘독서’다. 책은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귀로, 그리고 온몸으로 읽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각이 불편한 학생들에게도 책은 결코 닫힌 세계가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이 들을 수 있고, 더 오랫동안 마음에 머무는 세계가 된다.

독서를 하는 순간, 일상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하루의 피로가 쌓인 저녁, 책 한 권을 펼치면 문장 속에서 새로운 길이 열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한다.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길들이고 단련하는 과정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다시 쓰는 일과 같다.

나는 자주 공원을 걷는다. 누군가에게 산책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내게 걷는 시간은 또 다른 독서다.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의 냄새가 책 속의 문장과 겹쳐지고, 그 속에서 새로운 생각이 생겨난다.

출퇴근길 차 안에서 보내는 90분도 나에게는 도서관과 같다. 한 달이면 2700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단순한 이동의 시간이 독서를 통해 채워질 때, 그 시간은 더 이상 흘려보내는 순간이 아니라 삶을 쌓아 올리는 시간이 된다. 읽은 문장을 곱씹으며 하루를 실천으로 옮길 때, 책은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삶의 지도처럼 다가온다. 그 지도는 나만의 길을 찾게 하고, 다른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독서는 사물과 사건의 겉을 벗겨 그 본질을 보게 한다.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공통된 본질을 찾는 과정은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내면을 닦는 훈련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문장 속에서 질문이 튀어나온다. 그 질문 앞에서 멈추어 서는 순간, 진짜 배움은 시작된다. 질문은 성장의 문이고, 독서는 그 문을 열어주는 열쇠다.

학생들에게도 늘 말해주고 싶다. 책을 읽는 데 필요한 것은 많은 시간이 아니라고. 단 한 줄의 문장이라도 마음에 남아 나를 흔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답답한 순간 책을 펼쳐 상상력 속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 그것은 자유이자 기쁨이다.

또한 독서는 자제력을 길러준다. 하고 싶은 일을 잠시 내려놓고 문장에 집중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자기 훈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책 속의 작은 규칙 하나를 삶 속에 옮겨보면, 우리의 하루는 조금씩 다른 빛깔을 띠기 시작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그 작은 변화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삶은 완성된다.

독서는 언어를 풍요롭게 한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진심, 때로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작은 격려까지, 모두 책에서 길어 올린 언어다. 독서에 깊이 몰입하는 순간, 삶은 단순해지고 집중은 힘이 된다. 언어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살아가는 힘이 된다.

그러나 읽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독서는 공허하다. 책은 삶 속에서 살아내야 비로소 숨을 쉰다. 책을 통해 만난 사유와 통찰은 일상 속 작은 선택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독서는 우리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새롭게 보여준다. 닫혀 있던 세계의 문이 열리고, 우리는 새로운 풍경 속을 걸어간다.

결국 독서의 끝은 자기 삶의 저자가 되는 것이다. 나는 언젠가 내 책이 책장 한 칸을 채우기를 꿈꾼다. 그것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내가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다. “너희도 자신의 삶을 책처럼 써 내려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 말이다. 독서는 미래를 선택할 힘을 주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중심을 잡아준다. 책은 우리 안의 놀라운 힘을 깨우고, 삶을 새롭게 살아내도록 이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을 되찾는 일이라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일이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는 길이라고.

학생들에게 책은 낯설고 멀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펼치는 순간, 그것은 새로운 친구가 되고, 때로는 스승이 되며, 또 다른 나 자신이 된다. 책 속에는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수많은 삶이 담겨 있다. 그 삶을 잠시 빌려 사유하고 공감하는 순간, 우리의 삶도 한층 더 깊어진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경험들이 모여, 자기만의 문장을 쓰게 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책의 길을 걷는다. 그 길 위에서 아이들이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독서는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삶을 새롭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습관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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