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하루의 끝자락이 되면 고요 속에 잠긴다. 그때 나는 책을 읽는다. 독서는 내게 길 위의 등불이다. 그 길에서 사색은 나침반이 되어,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책 속의 세계는 언제나 질문을 던진다.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쉽게 답하지 못한다. 오히려 멈추어 서서 오래 머문다. 빠르게 많은 책을 읽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때로는 단 한 문장에 붙들려, 한참을 곱씹으며 내 삶을 비추어 본다. 그 순간, 책은 거울이 되고, 나는 그 거울 속에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얼굴과 마주한다.
괴테와 니체, 정약용 같은 대가들과 대화하는 듯한 경험은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서는 체험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대가들의 목소리가 책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그들의 사유는 오늘을 사는 나의 지평을 넓힌다. 책을 읽고 사색하는 습관은 나 자신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준다. 교사가 지닌 사색의 깊이는 결국 아이들의 시선에 스며들 것이다.
책은 늘 나를 멈추게 한다. 어떤 날은 한 문장에 오래 머물며, 삶의 무게를 새롭게 느낀다. 독서는 내 안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 결국 삶의 방향을 바꾸고, 내가 가진 감수성을 더 깊고 넓게 만든다. 좋은 독서는 눈앞의 현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고, 무엇보다 영혼을 따뜻하게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자주 말한다.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을 새롭게 만드는 일이다.” 학교에 교과서가 다 알려주지 못하는 삶의 비밀이 책 속에 숨어 있다. 그 비밀을 붙잡아 사색하는 시간이, 우리의 삶을 바꾸는 힘이 된다. 책에서 얻은 지혜를 현실 속에서 실천할 때, 삶은 조금 더 가벼워지고 의미로 채워진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힘,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힘이 독서에서 비롯된다.
교사로서 수업을 준비하는 일,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 나는 책을 펼친다. 책 속에 문장들은 내 안의 고요를 불러오고, 사색의 호흡을 길게 한다. 아이들이 교사의 눈빛에서 위안을 얻듯이, 나는 문장들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렇게 이어지는 순환 속에서 교사의 삶은 다시 힘을 얻는다.
그러나 책은 단지 위안의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때로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내가 외면했던 나의 무지를 드러나게 만든다. 그것은 성장의 고통이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또 하나의 축복이 된다.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감각이 깨어나고, 오래된 생각의 틀이 무너진다.
교사에게 독서는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필연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언어와 태도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내가 사색하지 않은 말, 내가 책으로 단련하지 않은 태도는 아이들 앞에서 금세 드러난다. 그래서 교사가 던지는 한마디 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 말이 아이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 책을 펼친다. 때로는 몇 페이지가 아니라 단 한 문장이라도 좋다. 그 문장이 교단 위의 내 언어를 새롭게 하고, 아이들을 향한 나의 눈빛을 바꾸기 때문이다.
책을 덮은 뒤에도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울리는 사유의 메아리. 그것이야말로 교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내가 놓치지 말아야 할 길이다. 사색하며 읽는 독서는 내 삶을 견고하게 하고, 아이들에게 건넬 수 있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 나는 믿는다. 오늘 내가 책에서 길어 올린 사색이 내일 아이들의 삶 속에서 또 다른 의미로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