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수백 권의 책을 읽어왔다. 한 달이면 열 권이 넘는 책을 완독 했고, 그래서 스스로 ‘나는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말이 내 가슴을 깊이 찔렀다.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아내와 의견이 부딪쳤을 때, 아내가 던진 한마디였다.
“당신은 그렇게 책을 많이 읽어도 사람은 변하지 않네.”
그 말은 날카로운 화살처럼 박혔다. 책을 읽는 나와, 그렇지 않은 나 사이에 아무 차이도 느낄 수 없다는 아내의 눈빛은 무심한 거울 같았다. 그 거울 속에는 10년 전과 다르지 않은 내가 비쳤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책을 읽었으되 곱씹지 않았고, 문장을 넘겼으되 삶에는 새기지 않았다.
나는 부끄러웠다. 스마트폰을 붙들고 하루 두 시간을 흘려보내는 동안, 책은 책상 위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 평균 하루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세 시간이라고 한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결국 나는 그 시간을 줄여 책과 마주 앉기로 했다. 교사로서 오늘 이 순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잃어버린 나 자신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책을 꾸준히 읽는다는 것은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는 일이다. 상상력과 사고력이 자라나고, 단순한 독서를 넘어 저자의 의도를 짚어내며 내 언어로 다시 써 내려가는 일은 ‘생산적 독서’라고 말한다. 글을 쓰는 순간, 독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저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동등한 존재가 된다. 읽는 자에서 쓰는 자로 옮겨갈 때, 책은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책은 결국 사람을 바꾼다. 단 한 권의 인생책이 내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을 기다리기만 하지는 않는다. 삶은 하나의 책으로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많은 책이 모여 조금씩 나를 흔들고, 서서히 내 삶을 변화시킨다. 고대의 철학자에서부터 오늘날의 사상가에 이르기까지, 성공한 이들은 늘 책을 곁에 두었다. 그들은 책을 통해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 또한 인문고전을 읽으며 자주 그 질문과 마주했다. 자기 성찰의 시간은 삶의 방향을 새롭게 가다듬게 했다.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게 했고, 잃었던 열정과 긍정을 되찾게 했다. 책 속 문장은 단순한 활자가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을 비추는 등불이며, 때로는 안일함을 채찍질하는 매서운 손길이었다.
내 독서법에는 작은 비밀이 있다. 한 권을 읽을 때 ‘키워드’를 하나 정해 관련된 책들을 이어 읽는 것이다. 이렇게 독서의 맥락을 만들면 이해는 깊어지고, 연결된 사유의 줄기는 삶에 뿌리를 내린다. 독서력이란 결국 이해하는 능력이다. 자기 주도적 독서란 책의 의미를 내 상황 속에서, 내 언어로 해석하는 일이기도 하다. 책은 단순히 타인의 생각을 전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내 사유의 촉매제가 된다. 작가의 시대와 사상을 헤아릴수록 텍스트는 다채롭게 열린다.
나는 언젠가 진정한 독서가가 되고 싶다. 그것은 책 속 저자와 나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내가 곧 저자가 되는 상태다. 진정한 독서는 타인의 언어를 빌려 내 삶을 다시 쓰는 일이다.
브런치 작가로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책 쓰기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졌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했다. 독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책을 만나는 과정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과 닮았다. 내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느냐에 따라 손에 쥐게 되는 책이 달라지고, 그렇게 읽은 책이 다시 나의 삶을 새롭게 창조한다. 독서는 삶과 책, 그리고 나 자신을 이어주는 거대한 순환이다.
나는 믿는다. 독서는 삶을 지탱하는 뿌리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읽는 일이다.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처럼, 책은 나로 하여금 내 신념과 용기를 다시 다잡게 한다. 책은 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이자, 흔들리는 삶을 묶어주는 닻이다.
나는 오늘도 읽는다. 그리고 쓴다. 서평의 작은 기록들이 쌓여 언젠가 나만의 인생책이 될 것이다. 책은 여전히 묻는다.
“너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그 질문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다시 읽고, 다시 쓰며, 책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지켜낼 것이다. 언젠가 이 길 위에서, 책을 사랑하는 학생들과 함께 더 깊고 단단한 삶의 뿌리를 나누고 싶다. 그것이 교사로서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이자, 독서의 진정한 선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