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나는 교실로 향하는 복도를 걸으며, 내 말의 무게를 느낀다.
말의 무게는 공기보다 가볍지만, 때로는 세상보다 무겁다. 오늘 내가 내뱉을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어떻게 물들일지, 어떤 씨앗이 되어 그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 뿌리내릴지 생각하면, 발걸음이 저절로 신중해진다.
시각장애학교에서 이십여 년을 가르치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말은 결코 공기 중에 흩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누군가의 가슴속에 뿌리내려, 때로는 꽃이 되고 때로는 가시가 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오직 소리로만 존재한다. 그들은 목소리의 떨림, 침묵의 길이, 숨결의 리듬으로 진심을 구별해 낸다. 내 말투의 온도가 곧 그들이 느끼는 세상의 온도가 된다.
"괜찮아."
똑같은 말이지만, 무심하게 던지면 냉소가 되고, 눈을 맞추며 천천히 하면 위로가 된다. 아이들은 그 차이를 안다. 아니, 느낀다. 표정을 볼 수 없는 그들에게 내 목소리는 얼굴이고, 내 말투는 표정이다.
어느 날, 방 안에 갇혀 세상과 단절된 한 아이에게 나는 6개월 동안 매주 카톡을 보냈다. 답장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오늘 날씨가 참 좋구나." "선생님은 너를 기다리고 있어." 그 짧은 문장들이 결국 그 아이를 어둠 밖으로 이끌어냈을 때, 나는 알았다. 말은 때로 한 사람의 우주를 여는 열쇠가 된다는 것을.
중도 실명으로 절망에 빠진 성인들, 일반학교에서 상처받고 온 아이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청년들. 그들 앞에서 나는 늘 고민한다. 어떤 말투로 다가가야 할까. 어떤 온도의 언어가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고민의 기록이다.
명령이 아닌 질문으로, 평가가 아닌 공감으로, 조급함이 아닌 기다림으로 학생들을 만나온 시간들의 이야기다. 때로는 실패했고, 때로는 후회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애써온 한 교사의 솔직한 고백이다.
말투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상대를 한 인격체로 존중할 때, 그 사람의 가능성을 믿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말의 결이다. 그리고 그 태도는 선택이다. 피곤해도, 지쳐도, 우리는 따뜻할 수 있다.
이 책을 펼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오늘 당신은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건넸는가? 그 말은 어떤 온도였는가? 당신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어쩌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하고 싶지 않은가?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손끝으로 점자를 읽어가는 아이들처럼, 우리 모두는 서로의 말을 더듬으며 관계를 읽어간다. 이 책이 당신의 말에 온기를 더하는 작은 등불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그 온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져, 세상이 조금씩 따뜻해지기를 꿈꿔본다.